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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AGAIN 2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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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AGAIN 2002 ?

입력
2006.03.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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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은 환희와 영광의 해였다. 월드컵 4강이라는 놀라운 성적에 놀라운 단결, 놀라운 질서, 놀라운 청결, 놀라운 친절….모든 게 놀라웠다. 단군 이래 우리나라 국민이 이처럼 행복했던 시기가 있었을까. 그 때의 그 모든 것을 도로 갖추고, 다시 누리고 싶은 마음이 ‘AGAIN 2002’라는 구호에 담겨 펄럭이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이 좋은 것만 남긴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커가고 있던 문제점이 월드컵을 계기로 구체화한 경우도 있고 새로 드러난 경우도 있다. 2002월드컵의 도취와 열광은 월드컵 신드롬이라고나 할 수 있는 병리현상을 뿌리내리게 했다.

●4년 전의 놀라운 영광과 환희

맨 먼저 눈에 띄는 현상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광장병이다. 월드컵 이후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광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무슨 문제든 광장으로 들고 나온다.

광장은 공통의 목적을 지닌 다중이 세력을 과시하는 집회장소나 공론을 모아가는 토론마당이지만, 우리에게 광장의 그런 전통은 그리 긴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세계를 놀라게 한 길거리응원은 행정적인 도움까지 받아 시민생활의 한 모습으로 정착되기에 이르렀다. 월드컵 이후 서울 시내에는 시청앞을 비롯해서 다중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이 더 늘어났다.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자기를 확인하고 자기의 집합으로서의 우리를 발견한다. ‘광장’의 소설가 최인훈의 표현을 빌리면 밀실이 개인의 광장인 것과 정반대로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다. 숫자가 많은 것 같지만 결국은 하나와 다름없는 대중은 광장에 집결함으로써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월드컵은 다중의 하나된 힘으로, 목청 높은 소리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풍조를 정착시켰다. 낮에는 박수치며 소리지르고 밤에는 촛불을 켠다. 모든 집회의 배경에는 저마다 옳다고 믿는 ‘대~한민국’의 그림자가 버티고 있다. 무슨 문제든 광장에서 다루어야 할 이슈로 바뀌고 모든 집회와 행사가 레저화하고 있다.

월드컵 신드롬의 두번째 문제는 쏠림현상이다. 이유없이 좋은 것은 이유없이 더 좋아하게 된다. 이유없이 싫은 것은 더 이상 이유를 대거나 들을 필요가 없다. 원래 대중사회에서의 인기와 유행은 편벽된 쏠림의 결과이지만, 우리의 경우 그 쏠림이 너무도 급하고 거세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댓글이나 퍼나르기를 통한 집단지지와 띄우기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힘이 세다. 그 결과 냄비처럼 쉽게 끓고 냄비처럼 바로 식는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열광적 박수와 율동이라는 학습된 행동의 힘에 의해 쏠림은 각 분야에 걸쳐 퍼져가고 있다.

쏠림현상의 앞과 뒤에는 당연히 편 가르기가 있다. 응원은 편을 가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일이다. 상대가 지지 않는 한 우리가 이길 수 없으므로 응원은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처럼 이념과 계층 지역 간 갈등이 큰 나라에서는 자기 편에 대한 응원이 강렬할수록 갈등이 더 커질 개연성이 높다.

상대방을 이기려면 이 쪽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 하나란 바꿔 말하면 획일성 배타성 일방성이다.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의 잘못을 조사하거나 폭로한 사람들을 폭행하는 식의 문제행동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획일성 배타성의 폐해가 문제

2002월드컵 성공 이후 응원의 상품성과 시장성이 높아짐에 따라 최근 불거진 문제점은 상업성 심화와 응원행위의 분열이다. 서울시가 하루 521만원을 받고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의 길거리응원을 주최할 민간단체를 선정하자 자발적 참여의 공간에 대한 이용권을 특정 단체에 팔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걱정할 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대한민국을 응원해야 한다는 대의명분 앞에서 장소를 둘러싼 갈등은 어떤 식으로든 봉합될 것이다. 한국인들은 그런 점에서는 능숙하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무분별한 열광과 맹목적인 도취, 배타성 획일성 그런 것들에 의한 사회적 폐해다. 이제 100일도 남지 않은 2006월드컵을 맞으면서 대한민국이 살아온 2002년부터 4년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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