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3)씨는 2004년 호주에 있던 친구로부터 귀가 번쩍 뜨이는 얘길 들었다. 호주에서 발행되는 로또를 여러 사람이 공동 구매해 당첨되면 함께 나눠가지는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호주 로또는 우리나라 로또처럼 45개의 번호 중 6개를 맞추면 돈이 지급되는 방식이지만 매주 3회 당첨기회가 있는데다 1만원으로 125차례나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전 세계 회원을 25명씩 묶어 회원별로 5개의 영구번호를 주고 그룹별로 1개의 번호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법이어서 당첨 확률도 높았다.
A씨는 곧바로 영문사이트를 한글 사이트로 번역ㆍ개설한 뒤 투자설명회를 열어 “변호사나 의사가 5,000만원의 연봉을 받으려면 10년이 걸리지만 호주 로또는 매달 4만원만 투자하면 1~2년 만에 갑부가 될 수 있다”며 참가자들을 꾀였다.
그는 회원 1명이 신규회원 5명을 데려오면 일정 수당이 자동 지급되는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수를 늘렸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3,000여명을 모집해 이들로부터 매달 300만원을 받아 챙겼다.
A씨는 또 지하철 객실 등에 “무자본 호주 로또 하루 10만원 이상 영원히 벌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전단을 뿌려 사행심을 자극하는가 하면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구직 희망자들의 이력서에서 개인정보를 빼내 휴대폰 문자 메세지와 이메일로 회원가입을 강요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9일 호주로또 한국지사장 A씨를 구속하고 총괄이사 B(50)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방문판매업 정식등록을 하지 않았고, 회원들에게 다단계 방식으로 신규회원 모집을 강요했다”며 “실체가 불분명한데도 회원수가 하루에도 1,000여명씩 늘어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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