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10층 1004호실에는 ‘천사’가 살고 있다?
올 2월 말 서울중앙지검에 한 중학교 졸업생의 감사편지가 날라 들었다. 서울 도봉구 창북중학교를 졸업한 이윤선(16)양과 김준용(16)군이 보낸 편지다. 얼굴도 모르는 자신들에게 2년간 꾸준히 장학금을 보내주어 감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아직 자신들에게 장학금을 보내 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 알고 있는 것은 서울중앙지검 1004호실에서 보냈다는 것 뿐.
이양은 “처음에 ‘1004호’를 ‘천사’로 잘못 들었다”며 “졸업을 하루 앞두고 ‘서울중앙지검 1004호실’ 분들이 보내주신 것을 알게 되어 편지를 보내게 됐다”고 적었다.
하지만 1004호실은 빈 방이다. 이따금 1003호실과 1006호실 외사부 검사들이 피의자나 참고인을 조사할 때 이용할 뿐이다.
검찰은 얼굴 없는 천사의 실체를 확인하려 했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이영렬 외사부장은 “장학금의 출처를 떠나 검찰청 안에서 이런 훈훈한 일이 알려져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창북중 장학 담당 교사는 “ ‘천사의 장학금’이라고 부르는 이 장학금은 2002년 이후 매달 30만원씩 보내져 학생 3명에게 분기 당 3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며 “장학금을 보내는 분이 본인의 신상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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