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자력 학계의 거목 정창현(65ㆍ사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10일 정년 퇴임한다.
정 교수는 1959년 신설된 서울대 원자력공학과(현 원자핵공학과)에 입학, 70년 미국 MIT대에서 국내 최초로 원자핵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듬해 귀국해 30세에 조교수로 임용, 서울대 최연소 교수 기록도 갖고 있다.
MIT 유학시절 박사학위 논문제출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불과 5개월 만에 논문을 내자 학교측에서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이유로 1년이나 지난 후에 학위를 수여한 일화는 지금까지 학계에 ‘전설’처럼 남아있다.
천재의 성장과정은 그러나 순탄치만은 않았다. 경남 진주에서 검사의 아들로 태어나 남부럽지않게 살던 그는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53년 부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 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고 3명의 동생과 친척집을 오가는 고달픈 생활을 해야 했다. 경남중ㆍ고에 진학해서는 스승의 도움으로 수업료를 간신히 내고 친구의 교과서를 베껴 공부하면서도 한 번도 전교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고2 때는 대학 진학에 회의를 품어 가출하는 등 방황도 했다.
그의 마음을 다잡게 한 것은 바로 구소련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호. 정 교수는 “TV에서 하늘로 발사되는 인공위성을 보고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듬해 서울대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정 교수가 가장 아끼는 애장품은 뜻밖에도 신병훈련소에서 받은 1등 상장이다. 대학 때 늑막염 치료를 받아 병역면제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남자답게 떳떳하게 살겠다”는 집념으로 악착같이 입대해 훈련받았던 기억 때문이다.
그는 후학들에게 “정도(正道)에 맞게 열심히 살아라”는 말로 퇴임의 소감을 대신 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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