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이해찬 총리의 거취 문제를 두고 기싸움이 치열하다.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7일에 이어 8일에도 함구령을 내리면서 공개적인 논전은 수그러들었지만 물밑에선 사퇴론과 유임론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동영계를 중심으로 한 사퇴론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자칫하다간 지방선거에서 돌이킬 수 없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 의장의 한 측근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부담은 털고 가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고, 한 재선의원도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해 정쟁거리로 삼으면 숫자상으로도 감당할 수 없고 결국 지방선거는 해보나마나”라고 말했다.
친노직계와 김근태계 일부가 주장하는 유임론은 노무현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명분으로 하고 있다.
양극화 해소와 한미 FTA 협상 등 하반기 국정과제를 힘있게 추진해야 할 상황에서 이 총리가 낙마할 경우 “분권형 국정운영의 기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이광재 기조위원장)는 우려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 때문에 떠밀리듯 그만 둘 수는 없는 일”(김두관 최고위원 측근), “총리의 행위가 과연 사퇴할 만한 일인지를 국가 전체 차원에서 따져봐야 한다”(이인영 의원)는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정동영계의 경우 청와대의 이 총리 옹호론이 사실상 정 의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다소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그렇다고 쉽게 물러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방선거 결과가 정 의장의 향후 대권행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총리의 거취 문제가 파워게임으로 비쳐지는데 대한 부담은 있지만 “유임으로 결정나면 당청갈등이 올 수 있다”(의장 비서실 관계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유임론자들 사이에서도 지방선거에 대한 고민이 깊다. 청와대가 유임론에 힘을 싣는 분위기이지만 3ㆍ1절 골프 파문이 DJ정부 시절 옷로비 사건처럼 선거참패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유임론자들이 책임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원들 사이에서 “우선은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는 게 급선무”(친노직계 한 의원), “인간적인 정리상 고민이 많다”(김근태계 한 의원)는 애매한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단 사퇴론과 유임론을 둘러싼 갈등은 오는 14일 노 대통령의 귀국 이전까지는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총리의 거취가 어느 쪽으로 결정되든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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