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네따이(넥타이)! 네따이! (매고) 싶어!”
숨을 몰아 쉬기도 힘겹다.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뜨거운 열기를 혀로 핥느라 말은 문장을 이루지 못하고 허리가 끊긴다. 그래도 소년은 학교에 가고 싶다.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할 표현력도, 힘도 없지만 소년은 견디고 있다. 그림자처럼 그를 돌보는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문성현(16)군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것도 버거울 텐데 지난해엔 급성백혈병까지 얻었다. 면역력까지 떨어진 탓에 고려대안암병원에서 ‘역격리(일반인으로부터 환자가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ㆍ환자가 일반인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 실시하는 ‘격리’와는 다르다)’ 상태다.
8일 녀석을 병원에서 만났다. 정장을 한 낯선 기자를 보자 대뜸 넥타이에 몰두한다. 넥타이 달린 교복 생각이 나서다. 하얀 도복을 입고 제일 좋아하는 태권도를 하고 싶다. 성현인 그토록 가고 싶은 서울명수학교(지체장애 특수학교)를 1년째 쉬고 있다.
지난해 4월 성현인 고열에 시달렸다. 그냥 감기려니 했다. 하지만 병원 진단은 청천벽력과 같았다. “가망이 없다”는 말과 함께 급성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아빠 문병리(51)씨는 의사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성현인 살아났다. 70일 동안 의식도 잃은 채 인공호흡기에 의지했지만 고려대안암병원 내과중환자실 의료진과 엄마의 정성 덕분에 생명을 부지했다. 병원비도 수천만원 깨졌다.
죽을 목숨을 살려놓았지만 성현인 완쾌된 게 아니다. 혈소판 수치가 낮아 2~3일에 한번 18만원이나 하는 혈액(B형)을 공급 받아야 한다. 일반인도 견디기 힘든 항암 치료도 받아야 했다.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들어야 한다. 병원에 갇힌 성현인 “집에! 가! 심청이(만화 비디오)! 보고! 싶어!”를 입에 달고 산다. 엄마 강혜자(46)씨의 속은 타 들어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외아들이 몹쓸 병마와 싸우는 것도 가슴 아픈데 늘어나는 치료비도 감당하기 힘들다. 성현이네는 월세 12만2,300원짜리 단칸방에 산다. 유일한 생계는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지급하는 30여만원이 전부다.
아빠는 7년 전 막노동을 하다가 고층에서 떨어져 어깨가 으스러지고 다리가 부러졌다. 그 뒤부터 힘든 일은 못한다.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노동판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날품팔이로 살았다. 하지만 최근엔 병이 도져 몸져누웠다.
청소며, 전단지 배포며 닥치는 대로 일하던 엄마도 성현이가 아픈 뒤론 일손을 놓고 있다. “다섯 살 무렵 다운증후군 판정을 받았을 땐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발달은 늦지만 보통 아이들보다 착하고 순수한 아들이에요. 애써 살려놓았는데…. 그 동안 고마운 분들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눈물을 글썽이던 엄마는 말을 잇지 못했다.
병실을 나서는 기자에게 성현이가 인사를 했다. “조심! 해요!” 한쪽 눈을 찡긋 감더니 윙크까지 한다. 녀석은 자신보다 떠나는 기자가 더 걱정인가 보다. 문의 고려대의료원 (02)920-5122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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