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의 뜻을 품고 한국에 와 학업 중이던 재중동포 여학생이 꿈을 펴보지도 못하고 성폭행범에게 살해당했다.
중국 지린(吉林)성 출신인 강모(21ㆍ여)씨는 지난해 1월 굳은 결심을 가슴에 새긴 채 한국 땅을 밟았다. 명문 칭화(淸華)대에 지원할 만큼 학업 성적이 뛰어났지만 입학 시험 점수가 예상에 못 미치자 과감히 한국행을 택했다. 어릴 적부터 소망했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바에야 할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서 공부해 터전을 잡겠다고 결심했다.
강씨는 한국말을 익히기 위해 연세대 한국어학당에 다니며 입시 준비를 했다. 고단한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하루에 1~2시간씩 자며 맹렬히 노력한 끝에 지난해 8월 연세대 수시모집에서 경영계열 당당히 합격했다.
하지만 입학을 코 앞에 둔 지난달 19일 강씨는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하숙집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시신은 이미 심하게 부패돼 경찰도 정확한 사인을 가릴 수 없을 정도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채취한 몇 개의 지문을 추적한 끝에 8일 새벽 강씨 살해범으로 황모(42)씨를 붙잡았다. 조사결과 황씨는 지난달 15일 밤 강씨의 하숙방에 침입해 혼자 TV를 보고있던 강씨를 강간하려다 반항하자 목졸라 살해한 뒤 성폭행 하는 엽기적인 범행을 저질렀다.
전과 4범인 황씨는 지난해 3월에도 강간치상죄로 구속됐다가 7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골목길에서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어 성범죄자 관리 체계의 허술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경찰은 황씨에 대해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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