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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웃기는 학원코미디 '방과후 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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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웃기는 학원코미디 '방과후 옥상'

입력
2006.03.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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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등학생 남궁달(봉태규) 지지리 복도 없다. ‘왕따’ 정신 치료를 받고 새 삶을 꿈꾸며 전학 온 첫날. 안락한 교내 생활을 위해 허약한 녀석 하나 찍어 강한 척 자신을 포장하려 했는데 하필이면 학교 ‘싸움짱’ 재구(하석진)를 건드린다.

학교에 대한 ‘인포메이션’이 부족하다고 면피가 될 수 없는 상황. 그에게 날아온 것은 사망통지서나 다름 없는 ‘방과후 옥상 호출’이다. 수업 종료가 기다려지기보다는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 시시각각 옥죄어 오는 공포의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남궁달과 유사한 체험을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를 일이다.

고등학생의 눈높이로 약육강식의 세상을 유쾌하게 꼬집는 ‘방과후 옥상’은 재기 발랄하다. “인간성 참 저렴하다” “야! 개념은 6시에 정찰 보냈냐” “줄넘기를 뽑아 가지고 순대를 해버린다(줄넘기와 순대를 바꾸면 좀 소름 끼친다)”는, 불량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대사가 우선 포복절도케 한다.

여러 에피소드들이 짜깁기 한 듯 어설프게 이어지면서도 유기적으로 맞물려 자아내는 웃음도 만만치 않다. ‘조퇴 전문 컨설턴트’가 돈을 받고 빠른 귀가를 위해 빨간 잉크를 눈에 넣는 ‘시술’을 하거나 일주일간 양지 바른 곳에서 숙성 시킨 우유를 제공한다는 이야기, 코를 킁킁거리며 끝도 없이 학교 주변 이야기를 부풀리는 떠벌이의 존재, 뭇 남성의 정신을 혼미케 만드는 학교 ‘퀸카’의 매력 등등. 영화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학창 시절의 모습을 생기 가득한 화면에 촘촘히 엮어낸다. 남궁달의 왕따 클리닉 동기 얌생을 능청맞게 연기하는 김태현과 봉태규의 연기 앙상블은 배꼽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왕따’들이 겪는 아픔을 외면하지 않지만 번득이는 사회 비판 의식을 바라거나 도덕 교과서 수준을 뛰어넘는 교훈을 얻고 싶은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무리 영화라 해도 떠나지 않는 의문 하나. 물리적 시간으로 2~3일은 족히 걸려 일어날 만한 많은 사건들이 단 하루 만에, 그것도 대부분이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 이루어 진다는 점. 남궁달이 전학 온 고등학교는 수업 시간 10분, 쉬는 시간 60분이 아닌지… 이석훈 감독의 데뷔작. 16일 개봉. 15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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