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의 ‘오너경영’을 뒷받침하는 측근조직으로 지적받아온 기업구조조정본부(구조본)를 대폭 축소하고 명칭도 전략기획실로 바꾸기로 했다. 삼성은 또 이번 구조본의 축소를 계기로 그룹 계열사에 대한 관리ㆍ감독 기능도 대폭 줄이고,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를 강화키로 했다.
삼성은 지난달 7일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따른 후속대책으로 구조본을 ‘전략기획실’로 변경하고, 현행 ‘1실 5팀 체제’의 조직을 ‘3실 체제’로 줄이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실시한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의 정부 시절인 1998년 4월 재벌개혁과 관련, 당시 회장 비서실 폐지 후 만들어진 구조본 체제가 8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새롭게 출범하는 전략기획실은 기존 구조본이 수행했던 계열사와 재무, 기획업무에 대한 관리 감독기능을 없애고, 삼성 브랜드 가치제고와 신규사업 발굴 등 미래 핵심전략 업무만 맡게 된다. 이 같은 개편은 구조본이 그동안 계열사를 장악, 통제하는 ‘옥상옥’의 역할을 해왔다는 시민단체등의 비판을 해소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행 구조본은 1실(법무실) 5팀(재무ㆍ경영진단ㆍ기획ㆍ홍보ㆍ인력)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략기획실은 전략지원ㆍ기획홍보ㆍ인사지원 등 3팀 체제로 줄어들게 된다. 인력도 147명에서 99명으로 감축된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법무실이 구조본에서 아예 떨어져 나와 계열사의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사장단협의회(수요회)’ 산하로 이관된 점. 법무실은 앞으로 이 회장과 일가의 상속 문제 등 오너에 대한 업무보다는 계열사의 법률 자문을 하는데 주력하게 된다.
법무실은 그 동안 삼성SDS 신주인수권부 사채(BW) 증여세 부과소송이나 공정거래법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 소송을 주도, 국가권력에 맞서는 삼성이란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삼성공화국’론의 빌미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삼성은 이와함께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해 사실상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해온 ‘삼성기업구조조정위원회’를 ‘삼성전략기획위원회’로 개편키로 했다.
이 위원회는 구조본 시절의 계열사 관리에서 탈피, 미래 중장기 전략을 협의하는 기구로 바뀌게 된다. 삼성전략기획위 위원장은 현 이학수 구조조정위원장이 그대로 맡았다. 이 회장을 그림자처럼 보필해온 그의 막강한 위상에 변함이 없음을 과시한 셈이다.
한편 정부는 삼성의 구조본 폐지 등 개혁조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삼성이 구조본 기능과 조직을 축소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라며 “삼성이 정부의 방침을 받아들여 계열사의 자율경영체제를 강화키로 한 것은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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