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카데미 상 수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흥행 보증 수표였다. 후보에 오른 작품들은 광고 공세와 여론 몰이, 치열한 로비 등을 동원해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상을 손에 넣기 위해 총력을 다 했다.
지난 10년간 아카데미 작품상을 탄 영화의 박스오피스 증가율은 평균 12%. 아카데미의 ‘약발’이 예전 같진 않지만, 지난 해 작품상을 거머쥔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수상 후 11%의 수입 증가율을 보였고, 2004년 작품상 수상작 ‘반지의 제왕3: 왕의 귀환’은 전체 수익의 40%를 시상식 이후 거둬 들였다.
국내 수입사들은 6일 발표된 아카데미 상 수상 결과가 ‘대박’의 디딤돌은 아니지만, 흥행에 봄바람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수입사 백두대간은 리안(李安)의 감독상 수상을 흥행의 파란 불로 여기고 있다. 아쉽게 작품상을 놓쳤지만 동양인 최초의 감독상 수상이란 점이 적지 않은 홍보효과를 지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일 개봉, 15만 관객을 돌파한 ‘브로크백 마운틴’은 아카데미 3관왕에 힘입어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한 예매 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지난 주 4,5위를 오가던 이 영화는 8일 현재 14%의 예매율을 기록하며 3위 자리에 올랐다. 보통 개봉 2주차에는 예매율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했을 때 아카데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은경 백두대간 상무는 “(흥행 1위를 달리는) ‘음란 서생’의 좌석 점유율을 넘어서는 극장이 나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흥행에 탄력을 받을 것 같다”며 기대를 표시했다.
4월 6일 개봉이 확정된 ‘크래시’는 작품상 수상 덕분에 빛을 보게 되었다. 타이거픽처스는 지난해 ‘크래시’를 수입했지만 소규모 개봉을 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상영을 미뤘다가 상을 받으면서 개봉 날짜를 정하게 됐다. 이정세 타이거픽처스 이사는 “극장측과 관객들에게 좋은 영화라는 것을 확실히 알릴 수 있어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1일부터 상영하려 했던 ‘앙코르’는 아카데미 효과를 노리고 개봉을 시상식 뒤인 9일로 늦췄다. 이렇다 할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리즈 위더스푼의 수상이 유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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