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나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전문인력은 12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전문인력은 33명에 불과하다. 지금으로서는 이들이 ‘一當百’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다.”
김종훈 한ㆍ미 FTA협상 수석대표는 6일 미국과의 FTA 비공식 사전준비협의를 마치고 가진 브리핑에서 협상에 나설 전문인력의 수적인 열세를 ‘일당백’의 자세로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외교부는 6월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한ㆍ미 FTA 제1차 공식협상에 참여할 미국측 협상단 규모에 맞춰 우리측 전문인력을 증원하기 위해 재정경제부와 농림부 등 10여 개 부처에 100여명의 신규인력 증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를 주관하는 행정자치부와 기획예산처는 신청접수 4주째 협의만 거듭하고 있을 뿐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행자부와 기획처는 기존 인력을 활용하고 증원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외교부의 FTA전문인력 33명도 캐나다와 아세안, 멕시코와 한창 협상을 벌이고 있고 인도와의 협상도 눈앞에 두고 있다. 1인5역으로 한미FTA협상에 임해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서둘러 인력을 충원해 이 달 중에 협상단을 구성한다고 해도 인재풀이 부족한 우리실정에 FTA협상에 특화 된 전문가들을 선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 수석대표의 결연한 자세야 좋다. 그러나 정신력만으로 국익을 지켜낼 순 없다. 한ㆍ미 FTA협상은 ‘제2의 개항’으로 불릴 만큼 국가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게다가 협상 상대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최고의 협상력을 가진 미국이 아닌가. 골리앗이 다윗을 이긴 것 같은 쾌거를 기대하는 것은 요행수에 불과하다. ‘일당백’에 의존하기 보다 실력있는 전문가들을 시급히 보강해야 한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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