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의 혹독한 불황을 겪는 사이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에 ‘전자 맹주’ 자리를 내준 일본 기업들이 ‘타도 한국’을 외치며 권토중래(捲土重來)에 나섰다고 한다. 지난 해 일본의 반도체 5개사가 연합해 대규모 차세대 공장 공동설립에 나선다고 밝혔을 때 감지됐던 일이지만 그 목표와 방법, 일정을 보다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우리 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높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올해 설비투자에 5,000억엔을 투입, 낸드 플래시 메모리 생산능력을 3배로 늘리기로 했다. 2000년에 세계 최초로 낸드 플래시를 개발해 놓고도 시장상황을 잘못 판단해 삼성전자(52.9%)에 시장을 빼앗겼다는 반성에서다.
또 마쓰시타는 설비증설을 계속해온 덕분에 작년 4분기의 PDP 모듈시장 점유율 28%로 세계 정상을 탈환했다. 수년간 디스플레이 시장을 석권해온 삼성과 LG는 2,3위로 처졌다. 2~3년 동안 차세대 LCD 개발에 2,000억엔을 쏟아 붓겠다는 샤프의 의욕도 예사롭지 않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 공세가 일본 정부의 경제회복 공식 선언과 재계의 경기확장 자신감 표출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해 4분기 일본의 GDP 성장률은 연간 기준으로 5.5%에 달해 ‘제로금리 시대’ 마감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토대 위에서 일본 기업들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우리의 2배가 넘는 16%대로 계획하고 있다. 10년 고통을 겪으면서도 연구개발과 경영혁신의 끈을 놓지 않은 기업가정신, 상생과 공존의 전통을 지켜온 노사문화가 낳은 결실인 셈이다.
우리가 간신히 경쟁력 우위를 지켜온 반도체 등 전자업종 부문에서 일본이 ‘메이드 인 재팬’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나선 만큼 업계는 물론 정부도 경계심을 늦추면 안 된다. 정부 정치권 재계 노동계가 반목과 갈등으로 지새운 참여정부 3년을 되돌아보며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중국에 치이고 일본에 눌리는 쪽박 신세’를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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