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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연역적 개혁과 귀납적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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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연역적 개혁과 귀납적 개혁

입력
2006.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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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접근법에도 연역적 방식과 귀납적 방식이 있을 법하다. 개혁의 대명제를 세우고 위에서 아래로 각 사안에 적용하는 방식이 연역적 개혁이라면, 대중의 삶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개별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면서 아래에서 위로 개혁명제를 세우는 방식을 귀납적 개혁이라 할 수 있겠다.

연역적 개혁은 강력한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고 개혁 주체의 개혁성을 널리 홍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이론이 현실에 적용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간과하기 쉽고 개혁에 대한 반발ㆍ염증ㆍ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귀납적 개혁의 장단점은 그 반대로 생각하면 되겠다.

●역대정권 연역적 개혁 선호

그간 역대 정권들에 의해 추진된 개혁은 모두 연역적 개혁이었으며, 노무현 정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갈수록 연역적 개혁을 하기가 어렵다. 이미 오래 전 버트런드 러셀이 내놓은 다음과 같은 주장이 그 이유를 시사해준다.

“정치 참여층이 점점 확대되고 이질화되면서 이성에의 호소도 점점 어려워진다. 논쟁의 출발점이 되는,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가설들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한 보편적인 가설들이 존재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에 의존하게 된다. 이질적인 집단들의 직관들은 당연히 서로 다를 것이므로 직관에의 의존은 결국 충돌과 힘의 정치로 이어지게 된다.”

구체적 각론에서 출발했더라면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사안도 총론에서 거창하게 치고 나가는 바람에 필요 이상의 반발과 의혹을 불러 일으킨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정권 입장에선 개혁 시도를 널리 알려야 지지자들을 규합할 수 있고,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고, 역사에 족적을 남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연역적 개혁을 선호하게 된다. 그래서 절대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개혁마저 곧잘 정치투쟁으로 전락하는 현상도 벌어진다.

그런 현상의 귀결로 나타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내부 고발’에 대한 보수적 대응이다. 바람직한 내부고발 문화가 정착되면, 이후 개혁의 상당 부분은 저절로 이루어지게 돼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개혁을 정권 홍보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발상이 내부고발 문화를 정착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그걸 억누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96년 4월 당시 감사원 감사담당관으로서 효산콘도 비리 의혹을 제기했던 현준희씨 사례가 그걸 잘 말해준다. 감사원에서 파면돼 11년째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는 그는 최근 ‘시민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기자들은 항상 고생담을 강조하는데 나는 그거 싫거든요. 사실 그게 독약이라 봅니다. 언론 입장에서야 관심 끌 수 있는 소재니까 그러겠지만 결국 독자들이 봤을 때는 ‘내부고발하면 저렇게 작살나는구나’ 생각할 테니까요. 동정심만 자극하지 말고 사실을 좀 추적해 주십시오.”

그러나 한국에서 내부고발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건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음을 어찌 부인할 수 있으랴. 최근 한 내부고발자는 “만약 누가 내부고발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절대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습니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누가 감히 내부고발을 해보라고 격려할 수 있겠는가?

●충돌과 힘의 정치로 이어져

정권이 영광을 독식하고 자기세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걸 전제로 한 개혁만 하겠다면 갈등과 분란만 일으키다가 시간 다 보내기 십상이다. 아래에서 위로,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구체에서 추상으로 나아가는 개혁도 병행해야 한다.

각종 민원을 귀찮게만 생각하지 말고 적극 대응해 행정의 불합리한 면을 고쳐나가는 기회로 활용하고, 우선 당장 내부고발을 개혁 의제로 삼아야 한다. 내부고발자의 가슴에 한(恨)과 피멍이 맺히게 만드는 정권은 개혁정권이 아니다.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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