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KT&G, 아이칸 안고 가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KT&G, 아이칸 안고 가나

입력
2006.03.08 00:08
0 0

칼 아이칸 연합세력의 KT&G 경영권 참여가 마침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외국인 기업사냥세력’이 국내기업 경영진에 진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됐으며, 아이칸과 KT&G간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 국면을 맞게 됐다.

곽영균 KT&G 사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우호세력 분포는 KT&G가 40%, 아이칸측이 35%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아이칸측 추천인사가 17일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두 명의 사외이사를 뽑게 될 이번 주총은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집중투표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34%이상 지분만 확보하면 사외이사 한 자리는 차지할 수 있다.

●냉담해진 해외주주

지금까지 KT&G 안팎과 증시에선 ‘설마’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비록 외국인 지분이 60%를 넘는다고는 해도, KT&G의 현 경영체제에 큰 문제점이 없는 만큼 이들이 ‘사냥세력’의 편에 서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곽 사장이 외국인주주 설득차 해외설명회에 나섰지만, 국내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이들의 반응이 싸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T&G가 끌어들인 외국인 우호지분은 고작 15%. 최대 주주로서 표결향배에 이목이 쏠렸던 프랭클린 뮤추얼마저 아이칸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ISS와 글래스루이스앤코 같은 주총안건 분석ㆍ자문기관들이 아이칸 연합의 손을 들어주는 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함에 따라, ‘부동층’을 형성하던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표심’이 점점 더 KT&G로부터 멀어지게 된 것이다.

해외투자자들의 이탈은 무엇보다 아이칸의 공격논리가 KT&G의 방어논리보다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곽 사장은 “해외 기관들이 회사 영업성과에 대해선 만족하면서도 한편으론 인삼공사 상장이나 유휴 부동산개발, 자사주 처리 같은 아이칸측의 요구사항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주가를 높이고 배당을 더 받을 수만 있다면, 현 경영진이든 아이칸이든 관계없다는 게 이들의 기본 인식임이 확인된 것이다.

●KT&G의 대응

KT&G는 아이칸측 사외이사 선임을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곽 사장은 “사외이사 자리 하나 빼앗기지 않으려고 장기발전에 저해되는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다”며 “12명의 이사 중에 1명이 들어온다 해도 회사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T&G는 대신 주총이 끝난 후 경영권방어를 위한 중장기적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안정적 우호세력 확보를 위해 우리은행 등 토종자본, 동종업종인 외국담배회사, 기타 국내 기관투자가 등에게 자사주를 매각하거나 신주를 발행하는 방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아이칸측 인사가 사외이사에 합류할 경우, KT&G의 의사결정은 적지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칸측은 이제 이사회 안에서 주가나 배당과 직결된 안건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주총 이후 KT&G와 아이칸의 경영권 분쟁은 ‘장외’ 아닌 ‘장내’로 이동하면서, 장기간 대립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