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위조 달러의 실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위조 달러의 실체

입력
2006.03.08 00:08
0 0

북한이 만들었다는 100달러 위조지폐, 이른바 슈퍼노트(Supernote)의 실체를 추적한 탐사보도 기사를 지난 주 독일 언론이 내놓았다. 보수적 권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의 경제전문기자로 30년간 활동한 클라우스 벤더는 곧 출간할 저서 ‘위폐의 비밀’ 을 간추린 기사에서 북한의 혐의를 거의 일축했다.

그는 진짜 달러보다 오히려 뛰어난 인쇄기술을 사용한 슈퍼달러를 북한이 만들 능력이 있는지조차 의심했다. 달러위조 논란의 진상과 배경을 가늠하는 데 참고할 만하다.

■1989년 마닐라에서 처음 발견된 슈퍼노트는 미국 조폐국이 쓰는 진짜 달러화 용지와 특수잉크를 사용한 데다 식별용 음화 등도 정교해 전문가도 육안으로는 가려내기 어려울 정도였다.

분석 결과 스위스 드라뤼에 지오리(DLR Giori)사의 인타글리오(Intaglio) 평판인쇄기로 찍은 슈퍼노트는 사용한 재료와 기술 및 장비 수준에 비춰 개인이나 범죄집단이 만들기는 불가능하고 국가가 개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미국이 처음 혐의를 둔 나라는 이란 시리아 동독 등이다. 특히 동독에 혐의가 쏠렸다.

■동독을 의심한 것은 어느 곳보다 많은 위조달러가 발견된 때문이다. 동베를린이 거점이었던 북한 외교관들이 슈퍼노트를 운반하다가 적발된 것도 이유다. 통일 뒤 독일 경찰은 동독 정보기관 슈타지의 비밀인쇄공장을 미 재무부 요원들과 함께 수색했다.

그러나 슈타지가 공작용 가짜문서를 만들었고 위폐 기술도 지닌 사실은 확인했으나, 인타글리오 인쇄기 등 위조장비는 없었다. 독일 측은 슈타지가 증거인멸을 위해 러시아로 빼돌린 것으로 보았다. 미국은 북한을 의심하는 듯 했으나, 그 뒤 별다른 수사정보를 내놓지 않았다.

■벤더 기자는 미국이 새삼 북한을 범인으로 단정한 것에는 의문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북한의 조폐용 인쇄기는 1970년대의 낡은 기계로 슈퍼노트를 찍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 돈이 형편없이 조악한 것이 증거다.

북한이 새 인쇄기를 샀다면 이내 미국이 알았을 터이고, 스위스 Scipa 사가 철저한 보안 속에 미 조폐국에 공급하는 특수잉크를 몰래 얻는 것도 불가능하다. 북한이 16년 동안 고작 5,000만 달러 위폐를 만들어 크게 덕 볼 게 없다는 사실은 한층 본질적 의문을 던진다. 벤더 기자는 이밖에 전문가들의 여러 반론을 소개했다. 침묵하는 우리 정부도 참고할 일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