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당첨 앞에서는 가족이란 개념조차 없더라구요.”
최근 판교 청약 투자 설명회를 다녀온 주부 박미선(35)씨는 설명회 때 받은 불쾌감을 아직까지 지우지 못하고 있다. 내집마련의 꿈을 갖고 3월 판교 분양에 청약할 계획인 박씨는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청약 전략과 투자 정보를 얻기 위해 며칠 전 한 투자 설명회에 참석했다가 황당한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 그는 “주최측이 당첨 확률을 높이기위해서는 인위적으로 세대를 분리하거나, 위장이혼도 적극 고려하라는 방안을 제시했다”면서 “불법을 조장하는 투자가이드에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올해 부동산시장에서 ‘로또’로 각광받는 판교 청약을 앞두고 판교 투자 가이드를 주제로 한 설명회와 강연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강연회는 올바른 투자 정보를 제공해 바람직한 투자를 유도하기보다 어떻게 해서든지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무책임한 ‘비법’만을 제시, 그릇된 투기 열풍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말 결혼한 김혜영(27ㆍ여)씨는 결혼한 지 석달이 다 돼 가지만 아직까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김씨가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는 이유는 신랑이 3년 전 서울의 35평짜리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는 연초 판교 투자 설명회에 참석했던 김씨가 강연자로부터 ‘배우자가 5년 이내에 주택을 신규 분양 받은 경우는 혼인신고를 미루고 판교 청약 때까지 무주택 요건을 갖추는 것이 유리하다’는 투자가이드를 신봉하고 있는데 따른 것.
2003년부터 청약저축에 매달 일정액을 불입해온 무주택자 장모(44)씨는 몇 개월간의 고민 끝에 최근 부인 최모(41)씨와 위장 이혼키로 결심하고 합의이혼 수속을 밟고 있다. 이들 부부 역시 판교 청약 당첨 기회를 높여 보겠다는 의도에서 이혼을 하는 것일 뿐, 부부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케이스. 최씨는 “부동산 문외한에 가까워 판교 투자 설명회에 다녀왔는데 무주택 세대주 요건을 갖춘 경우 이혼을 해 개별 세대주가 되면 당첨확률이 2배로 높아진다고 강조했다”며 “청약이 끝나고 나면 다시 재결합 신고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판교 당첨에 눈이 먼 일부 청약자들도 문제지만 이런 심리를 악용해 가족의 근간을 흔드는 부동산 업자들의 얄팍한 기획 상술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대부분의 설명회가 판교 당첨 확률을 높여주고 합리적인 투자 가이드를 제시한다는 ‘선의’의 취지로 열리고 있지만 맹목적인 당첨만을 좇아 가족의 틀조차 훼손하게 만든다면 적지않은 사회적 후유증을 초래할 것”이라며 “청약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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