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K대 인문계열에 입학한 김모(18ㆍ서울 송파구 방이동)군은 7일 휴학을 결정했다. 재수를 위해서다.
김군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일부 영역 점수가 좋지 않아 재수를 결심했다”며 “친구 중 절반 가량이 재수를 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대입시에 도전했던 중ㆍ상위권 이상 학생 중 상당수가 재수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낙방생은 물론 ‘원하지 않은’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 사이에도 재수 러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08학년도부터 대입 제도가 확 바뀌기 때문이다.
‘수능 비중 축소, 내신 강화’를 골자로 하는 새 대입 제도에 부담을 느낀 학생들이 2007학년도 입시를 희망 대학 진학의 마지막 기회로 여기면서 재수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이런 기류는 치솟은 입시학원 경쟁률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학원가에 따르면 이 달 초 개강한 서울 지역 주요 입시종합학원의 모집 경쟁률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종로학원 본원의 경우 900명 모집에 3,000명이 넘는 재수생이 몰려 3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2대 1 수준에 비해 1.5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정원 400명의 강남 종로학원도 작년 3대 1에서 올해는 5.5대 1로 급등했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수능 성적 우수자가 대거 몰려 무시험 선발 합격기준을 상위 6%로 작년에 비해 2% 포인트 낮춰 선발했다”고 전했다.
강남대성학원 입학은 주요 대학 인기학과에 들어가기 만큼 어려웠다. 340명 정원에 무려 4,800명이나 몰려 역대 최고 경쟁률인 14.1대 1을 나타냈다. 대성학원측은 “등록생 중 내신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외국어와 과학고 등 특목고 출신과 강남지역 사립고 출신이 예년에 비해 많이 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이사는 “재수생의 급격한 증가는 입시제도 변경 직전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특히 대학 진학에 실패했거나 전공이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의 경우 ‘막차’를 타려는 성격이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중상위권 이상 학생들의 재수 바람으로 내년 대입시에서는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경쟁률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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