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6일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해 “어려운 당을 희생 삼아 개인 플레이 하지 말라”고 공개 경고를 날렸다.
이 시장이 3일 당 출입기자들을 만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해변에 놀러 온 사람들”이라는 등 사실상 박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한 것에 따른 응수였다. 박 대표는 이 시장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당에 속한 사람”이라고 사실상 이 시장을 지목하며 3일의 당 비판 발언들을 자근자근 반박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이 여러 사건에 휩싸여 어려움을 겪게 되면 당에 소속된 사람들은 공동 책임을 느끼고 더 자중하고 언행을 자제해야 하는데, 당이 잘 될 때는 당을 깎아 내리고 당이 어려움에 빠지면 뒷짐 지고 오히려 그것을 부채질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이 시장을 겨냥했다. “이것은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라는 표현도 썼다.
박 대표는 이어 “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심한 추위 속에서 사학법 투쟁을 벌이고 고생 했는데, 사학법 투쟁까지 폄하하는 발언들은 과연 당을 같이하고 있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싸늘하게 말했다.
이 시장은 3일 “이재오 원내대표가 된 뒤에야 야당성을 회복한 것이지, 지금까지 밖으로만 돌면서 사학법 투쟁을 하고 있을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고 말했었다.
박 대표는 “야당이 정책 중심으로 가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이 시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제가 정책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는데, 지금은 한나라당에 ‘정책은 없고 정치만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마지막으로 “4ㆍ15 총선 때 없어질 뻔 하다가 기사회생한 당을 자기의 이익을 위해 폄하하는 일이 또 발생하면 대표로서 좌시하지 않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 유력 대권 주자인 두 사람의 신경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왔다. 박 대표측은 6일 “박 대표가 2년 간 바람 잘 날 없는 당을 이 끌어 왔는데 이 시장이 밖에서 당에 대해 자꾸 말을 하는 것은 서로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똑 부러지게 한 마디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 측은 6일 “할 말은 많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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