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 기록 공개, 국제 인권단체의 조사 등으로 관타나모 미군기지와 이라크내 수용소의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미 국방부가 관타나모 수감자 명단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에서 패소, 3일 공개한 317건의 심문기록에 따르면 대부분 수감자들은 “석방할 생각이 없으면 재판이라도 받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파키스탄 출신 사리풀라흐 파라차(60)의 경우 관타나모에 오기 전에는 뉴스통신사와 여행사 등 7개 기업을 운영하던 백만장자였다. 2003년 7월 태국 방콕 공항에서 체포된 파라차는 1999년 오사마 빈 라덴을 만났을 뿐만 아니라 알카에다를 위해 돈세탁을 하고 미국으로 폭탄을 반입하려 한 혐의다.
그는 사업상 필요에 의해 빈 라덴을 만났지만 그를 돕거나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활동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2004년말께 “여기서 17개월을 지냈다. 도대체 이 일이 언제 끝날 것인가”라고 항의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파라차의 부인 파르하트는 남편의 기록을 읽어본 뒤 “그는 더 이상 백만장자가 아니다”면서 “남편은 정직한 사업가였는데 완전히 날조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분개했다.
관타나모 수감자들의 기록에는 “3년동안 내 혐의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무덤에 갇혀 있다” “미군이 재판관이 되면 정의는 기대할 수 없다”는 등의 진술이 등장한다. 로완 윌리엄스 영국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해 “영장없이 구금할 수 있는 전례로 폭군들에게 환영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국제엠네스티(AI)는 6일 아부 그라이브 수감자 학대파문에도 불구, 이라크내 수용소 수감자들에 대한 고문과 가혹행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