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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박사의 뉴스 속의 과학] 콘크리트와 철근의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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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박사의 뉴스 속의 과학] 콘크리트와 철근의 시너지

입력
2006.03.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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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리아, 바빌론, 이집트의 고대 문명에서는 자갈과 모래 등에 점토를 섞어서 굳힌 물질을 구조물을 건설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이것은 로마에서 석회를 이용하는 현대적 의미의 콘크리트로 발전하게 된다. 1756년에는 영국의 존 스메턴(John Smeaton)이라는 토목공학자가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는 범용의 포트랜드 시멘트를 사용한 혁신적인 콘크리트를 개발하게 된다.

아마도 건축이나 토목 구조물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재료 중에 콘크리트만큼 오래된 재료는 없을 것이다. 나노 공학이 인기몰이를 하는 첨단 재료의 지금 세상에서 어찌 보면 원시적인 재료 콘크리트가 아직도 중요한 건설 재료로 쓰이는 이유는 아마도 생산의 용이성과 가격 때문일 것이다.

어떤 통계에서는 아마도 물을 제외하고는 지구상에서 인간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료가 콘크리트일 것이라고도 한다. 산과 들에 널려있는 자갈과 모래를 파내다가 시멘트를 섞기만 하면 되니 엄청난 양을 쏟아 부어야 하는 건축이나 댐, 다리, 도로, 방파제, 고층빌딩 등의 토목 공사에는 더 이상 좋은 재료가 없는 것이다.

이 콘크리트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말 그대로 돌을 접착제로 얼버무려 접착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압축에는 대단히 강하지만, 인장(당기는 힘)에는 매우 쉽게 찢어져버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대칭성 때문에, 전통적인 콘크리트만으로 건설한 구조물은 밑에서부터 쌓아올린 형상을 하고 있다. 로마인이 건설한 콜로세움이 한 예이다. 날렵한 구조물을 만들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물체를 구부리면 위쪽은 압축력을 받고 아래쪽은 인장력을 받는다. 태권도 시범자가 나무토막을 격파할 때에,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나무토막을 보면, 아래부분에 금이 가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는 격파자가 나무 토막의 중간을 때림으로써 나무 토막이 휘어지는데, 윗부분은 압축을 받고, 아래 부분은 인장력을 받아 찢어지기 때문이다.

1948년 프랑스의 장-루이 랭보(Jean-Louis Lambot)는 콘크리트의 인장을 받는 부분에 철근을 집어넣었다. 압축은 값싸고 강한 콘크리트가 담당하고, 비싸지만 우수한 적은 양의 철근이 인장력을 담당하라는 의미였다. 이 간단한 아이디어의 결과는 놀라웠다. 약간 보강했지만 여전히 매우 값싼 콘크리트가 매우 비싼 철에 비해 손색이 없이 강한 것이었다. 현대의 날렵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값싼 건설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사람은 사람마다 잘 하는 일이 있고, 각각의 직종별 집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서 (콘크리트처럼)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고, 소수의 사람이 (철근처럼) 잘 할 수 있는 일이 또한 다를 것이다. 이런 두 가지 종류의 집단이 모여서 각각의 잘하는 일을 분담할 때에 강하고 효율적인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닐까. 철근과 콘크리트가 서로 떨어져서 따로 놀게 되면, 그 구조물은 무너진다.

콘크리트가 인장을 받고 철근이 하는 일 없이 놀게 되기 때문이다. 파업, 파업, 파업 연속의 우리나라를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구조물이 이런 식으로 무너져가고는 있지 않나 걱정이 된다. 건물이 무너진 다음에는 콘크리트를 탓해봐야, 철근을 탓해봐야 소용이 없다. 무너져가는 구조물은 보수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근과 콘크리트의 부착을 검사해 봐야 하는 것은 엔지니어링의 상식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를 유지보수하는 엔지니어 집단이 누구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그 집단은 상식적인 엔지니어링이라도 하고 있을까.

김주환 연세대 토목공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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