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을 낳은 것은 중세 연금술이라는 말이 있다. 납으로 금을 만들겠다는 허황된 꿈을 잃고나니 남은 것은 화학의 발전이라는 것이다.
18세기 보일, 라부아지에 등을 거쳐 정립된 화학의 눈으로 보았을 때 연금술이란 ‘비과학적 주술’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그 철학적 배경이었던 르네상스 시기의 헤르메티시즘(마술주의)을 알고 보면 연금술은 정말 화학의 어머니인지 모른다.
신의 뜻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우주와 교감하고 자연을 만들어 낸다는 헤르메티시즘적 사고는 현대 과학의 힘을 가리키는 것 같지 않은가. 화학은 19세기 염료 공업에서부터 최근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현대의 연금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화학의 의미를 올해 여러 행사에서 느껴볼 수 있다. 올해는 과학기술부가 지정한 화학의 해로, 한 해 동안 특별전시회, 화학올림피아드, 학술 행사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지난해 아인슈타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유엔이 세계 물리의 해로 지정한 데 이어 올해는 대한화학회 창립 60주년, 화학올림피아드 국내 유치 등을 계기로 국내에서 정한 기념의 해이다.
물리학계처럼 아인슈타인과 같은 스타 화학자는 없다. 하지만 전시, 체험, 공연 등을 통해 화학의 곁불이라도 쬐어 본다면 우리가 사는 생활이 화학 없이 얼마나 공허할 것인지, 화학실험이 얼마나 현란한 쇼가 될 수 있는지,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나 페니실린과 같은 의약품 발전에 화학자가 얼마나 큰 공헌을 해왔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진정제 탈리도마이드의 기형아 출산 부작용은, 분자식은 같지만 구조가 거울에 비친 것처럼 대칭인 2종류의 탈리도마이드를 동시에 먹었을 때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져, 화학자들의 거울상체 연구가 의약품 개발에 각광받고 있다. 대한화학회 회장인 이 은 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첨단 디스플레이 생산의 핵심 기술이 화학적 공정이라는 점 등 화학은 첨단 기술의 기초”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화학의 해 사업위원회는 7일 오전 10시30분 프레스센터에서 ‘2006 화학의 해 선포식’을 연다. 화학의 해의 핵심 행사인 특별전시회는 벤젠 분자 모형의 조립식 이동전시관을 순회하며 화학의 이모저모를 보여준다.
5월20~21일 서울 올림픽공원, 8월11~15일 경기 고양 킨텍스, 5월26~28일 부산 벡스코광장, 9월30일~10월1일 대구 엑스포, 10월27~29일 광주학생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전시된다. 전시장은 총 400평 규모로 약 200명의 인원이 동시 입장가능하다. 재미있는 실험을 직접 참관할 수 있는 화학쇼크전(9월중 서울시청 앞 광장), 연극 ‘산소’ 순회공연(3~4월 6개도시), 이동화학차 전국 순회(연중), 전국 학생 포스터 그리기대회(2~5월) 등도 열린다.
학술행사로는 60주년을 맞은 대한화학회 학술발표회(4월20~21일 경기 고양 킨텍스, 10월19~20일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 60개국의 화학교사ㆍ교수가 참여하는 국제화학교육대회(8월12~17일 숙명여대), 국제카이랄리티심포지엄(6월25~28일 부산해운대 그랜드호텔)이 열린다.과학영재들의 경연장인 국제화학올림피아드는 7월2~11일 영남대학교에서 열려 68개국 780여명의 고등학생이 참가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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