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가 3ㆍ1절 골프파문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사실상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 문제를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후 협의하겠다고 했고, 노 대통령은 “순방 후 보자”고 답했다는 것이다. 파문의 내용을 볼 때 이 총리가 국정 총괄의 책임을 계속 수행하기 어렵게 된 사리 상 그의 사의는 사필귀정이라고 여겨진다.
철도파업의 비상 속에 부산까지 가 골프를 친 것 자체도 지나칠 수 없는 문제려니와 그 상대들이 불법 정치자금 제공이나 주가조작 등의 유죄 판결을 받은 기업인들이었다니 더 이상 변명을 할 수 없게 됐다.
골프 상대는 대선 전후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돈을 주어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다. 거액의 불법 주가차익을 챙긴 악덕 기업비리로 실형을 살았던 사람도 포함돼 있다. 최도술씨가 누구인가.
정권이 출범하자 마자 터진 ‘최도술 사건’은 노 대통령이 “눈 앞이 캄캄해졌다”고 했을 만큼 정권의 도덕성을 무너뜨렸던 신악(新惡)형 권력비리였다. 연속해 골프 물의를 일으켰던 이 총리는 이번에도 대체 뭐가 문제냐고 버티려 했다. 그러면서 함께 골프를 친 이 사람들에 대해서는 감추려 했다가 들통이 났다.
국무총리가 국정 비상과 국민 고통을 뒤로 하고 이렇게 부도덕한 전과자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안 됐던 무슨 사정이 있는지 의아하다. 그게 아니라면 정상적 사리 분별이 마비될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중증에 이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권의 2인자, 실세 총리라고도 하는 사람의 이런 처신에서 국민이나 여론은 안중에 없는 오만과 교만의 극치를 보게 된다.
그 자리에는 총리비서실장을 거친 그의 심복 교육부 차관이 동석했다고 한다. 또 교육부총리라는 사람은 “등산은 괜찮고 골프만 문제냐”고 이 총리를 옹호했다고 한다. 기가 찰 일이다.
이번 파문은 우연한 단일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 임기 반환점을 넘은 정권의 타락상을 말하는 것으로 다수 여론은 간주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