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명관광지일대 유스호스텔과 여관 등 숙박업소들이 콘도미니엄에 밀려 존폐위기에 처해 있다. 경북 경주와 설악산이 있는 동해안에는 수학여행단과 단체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으나 부대시설이 좋은 콘도미니엄만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소들은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며 정부의 지원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경북 경주시 불국사앞 숙박촌. 이 곳에는 호텔과 모텔, 유스호스텔, 유스텔 등 50개 가량의 숙박시설이 밀집해 있다. 이중 학생 단체손님을 주 고객으로 하는 시설은 34개에 이른다.
하지만 봄철 수학여행시즌을 앞두고 있는 숙박업소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단체 여행객을 잡기 위해 전 직원이 전국 학교로 뛰어다니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다. 작년만해도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손님 등으로 북적거렸으나 올해 들어서는 이마저 뜸해 빈방이 수두룩하다.
이처럼 일반 숙박업소들이 텅비게 된 것은 중ㆍ고교 수학여행단은 물론 유치원, 초등생들까지 콘도미니엄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경주지역에 크게 늘어난 콘도미니엄들이 비수기에 객실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단체손님유치에 나서고 있다.
콘도미니엄 이용료는 1박2식기준 1인당 평균 2만원 내외로 1박3식에 2만3,000~2만5,000원인 유스호스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게다가 콘도미니엄은 수영장, 오락실, 사우나, 레크리에이션장, 강당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춰 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유스호스텔은 방마다 에어컨과 욕실을 구비하고 각종 시설을 확충하는 등 자구노력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역 유스호스텔 객실가동률은 지난해에 비해 20%정도 떨어졌고, 2002년보다는 40%이상 하락했다. 콘도미니엄의 경우 사조 한국 한화 하일라 마우나빌 일성 토비스 등 7개업체(1,421실)가 영업중이며 4월말 대명콘도(417실)가 개장할 예정이다.
국내의 대표적 콘도미니엄 밀집지역인 동해안 일대 숙박업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설악산 자락인 강원 속초시 설악동에는 여관 등 82개의 숙박업소가 밀집해 있다. 그러나 비수기인 겨울 동안(12월~3월말) 객실 가동률이 10%에 불과해 기름값도 안 나오고 있다. 반면 설악산일대 콘도미니엄 25곳은 겨울철에도 이용객들이 넘치고 있다. 더욱이 콘도업체들은 수학여행단이나 대학생들에게 할인공세를 펴고 있어 업소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27개 숙박업소가 휴ㆍ폐업에 들어갔다.
설악권 일대 숙박업소가 쇠락의 길을 가게 된 것은 1999년. 정부가 당초 휴양업만 허용했던 콘도업체에 숙박업을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숙박업소들은 주장하고 있다.
설악동숙박협회 하명영(55)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콘도업체가 숙박업까지 병행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콘도업체가 영업사원까지 내보내 관광ㆍ휴양객을 싹쓸이해가고 있어 전국 숙박업소들이 연합해 강력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속초=곽영승기자 yskwak@hk.co.kr 경주=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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