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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철도파업, 노사정 모두 패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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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철도파업, 노사정 모두 패배자

입력
2006.03.0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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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잘 봤다.”

6년째 한국철도공사의 한 지방 역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의 말투는 퉁명스러웠다.

철도파업이 시작된 다음날인 2일 한국일보 1면에 실린 ‘철도 불법 파업으로 출근길 대란 우려’라는 기사를 두고 한 말이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철도 한국철도노조원인 친구는 말했다. “노조 파업에 대해 여론이 좋은 때가 있었냐. 기대도 안 했다.”

친구의 예상대로 철도파업은 “시민을 볼모로 한 불법 파업”이라는 여론의 십자포화 속에 노조가 백기투항하면서 끝났다. 해고자 복직 등 철도노조의 요구사항들은 콩나물 시루 같은 전철에 시달리고 열차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을 설득할 만한 명분이 없었다.

쏟아질 비난을 뻔히 알면서도 철도노조는 왜 파업을 택한 걸까. 게다가 그 파업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으로 ‘불법’ 딱지까지 붙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지도부는 “노조는 칼끝을 쥐고 있는 약자다. 칼자루를 잡은 정부와 철도공사가 교섭에 성의를 안 보이니 다른 수가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부와 사측의 성의를 유도하는 방법이 과연 파업밖에 없었을까.

철도공사도 잘한 것이 없다. 노사 교섭은 지난해 8월 시작됐으나 계속 결렬됐다. 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 파업을 예고했다. 충분한 협의 기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노조 요구는 노사간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만 고장 난 녹음기처럼 반복하며 허송세월했다.

정부의 파업 대책 역시 대체인력 투입이나 고속버스 증편 등 대증요법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마저도 시민들의 발이 묶이고 산업계 역시 타격을 입은 뒤였다. 정부와 철도공사는 철도노조와의 대결에서 이겨놓고 왜 여론의 화살을 맞는지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한다.

김일환 사회부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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