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주가가 큰 폭 하락하면서 3월 증시에 대한 장밋빛 전망들이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이 때문에 당분간 전저점 지지력을 테스트하는 박스권 장세 전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단기 악재는 장기적 호재가 될 수 있으며 악재의 주가 반영 정도도 다소 과도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실제 악재 요인들이 적지 않은 상태다. 우선, 수급과 실적에서 모두 긍정적인 지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글로벌 금리 인상이 가장 큰 변수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잦아들 줄 모르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했다. 여기에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에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일본이 제로 금리 정책을 포기하고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일본의 저금리 자금을 이용해 세계 각국에 투자됐던 소위 ‘엔케리 트레이드’ 자금의 회수가 불가피해 글로벌 유동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을 속속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주식형 펀드 유입액도 일평균 1,000억원 대 이상에서 지난달 일평균 500억원 대로 급감했다.
기업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주들의 1분기 실적이 크게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순이익이 2조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극단적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오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결정 및 지수선물 지수옵션 개별옵션 만기일이 겹치는 트리플위칭데이 변수가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각종 경제변수들이 증시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1,300선 지지도 장담하기 어려우며 지난 1월의 전저점인 1,280선을 다시 한번 노크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변수들에 대한 우려가 지나친 감이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일본이 금리를 인상한다 해도 단기간 급등 가능성이 낮은 만큼, 당장 글로벌 유동성 위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또한, 금리 인상 자체가 견조한 글로벌 경기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호재로 봐야한다는 관측이다.
기업실적의 경우 경기선행지수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등이 여전히 견고한 상승세를 보이는데다가 내수 회복이 본격화하면 전반적인 실적은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IT주는 하반기를 시작으로 장기호황이 예상되는 만큼, 비수기의 실적만으로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IT의 경우 하반기에 만회가 가능한 만큼 연간이익은 크게 훼손되지 않을 전망이고 원화강세에 따른 기업이익 하락도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며 “또한, 전년도 수준의 기업이익을 가정할 때 11배 정도인 주가수익비율(PER)을 감안하면 한국 증시는 여전히 가격 매력도가 높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주가 상승과 하락의 굴곡은 예상되지만 1,300선은 올해의 상승 잠재력을 감안할 때 여전히 매력적인 지수대”라고 덧붙였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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