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 서울역 플랫폼, 전철이 서는 앞머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동전이 다 떨어져 전화가 끊어지기 직전에 그가 다급히 외쳤다. “일 다시 일에서 보는 거예요!” 계단을 내려가 1호선 플랫폼에 발을 딛는 순간 나는 멍해졌다.
바글거리는 사람들, 굉음과 센 바람을 일으키며 양쪽에서 번갈아 들어서고 나가는 지하철들, 러시아워의 환승역 혼잡을 예상 못했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우리는 서로 한번도 본 적 없는 데다 인상착의도 모른다.
철석같이 믿고 있던 앞머리도 양방향 두 군데. 간신히 정신을 추슬러 그가 마지막으로 던진 생경한 말을 떠올렸다. 아무튼 물어나 보자. 누구한테? 나는 다급하게 플랫폼을 둘러보다가 신문판매소로 갔다. 그 앞에서 한 사람이 한 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신문더미를 분류하고 있었다.
그에게 핀잔 들을 각오를 하고 정체 모를 암호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가 거짓말같이 가볍게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승강선 바닥에 보면 번호가 써 있어요.” 아, 2-3, 2-2, 2-1, 파란 발바닥 그림 앞에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반대편 승강선은 10으로 시작되는 숫자들이다! 어느 쪽 1-1?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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