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 이승엽(30ㆍ요미우리 자이언츠)과 구대성(37ㆍ한화 이글스)이 다시 한번 극일(克日)의 선봉에 섰다.
한국은 5일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 예선 최종 3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이승엽의 역전 투런포와 '일본 킬러' 구대성의 역투에 힘입어 3-2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예선 전적 3전승을 거둔 한국은 아시아 야구 맹주에 오르며 A조 1위로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은 오는 13일 오후 1시(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구장에서 B조 1위와 8강 첫 경기를 갖는다.
초반 분위기는 일본
일본은 1회말 니시오카의 좌전 안타에 이은 마쓰나카의 내야안타로 선취점을 얻었다. 2회엔 2사 후 가와사키가 한국 선발 김선우(콜로라도)의 가운데 높은 체인지업(시속 127㎞)을 잡아당겨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그러나 한국은 4회 2사 만루에서 우익수 이진영(SK)이 2루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마운드에선 선발 김선우가 3과3분의1이닝 동안 7안타를 맞고 2실점했으나 이어 등판한 봉중근(신시내티) 배영수(삼성) 구대성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단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는 완벽한 계투작전을 펼쳤다.
중반은 투수전
중반 들어 마운드가 안정되자 타선도 힘을 얻기 시작했다. 한국은 5회 선두 박진만(삼성)의 우전안타에 이은 조인성(LG)의 몸에 맞는 볼로 무사 1ㆍ2루의 동점기회를 잡았다.
김종국(기아)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ㆍ3루에서 이병규(LG)의 우익수 깊은 희생플라이로 1점을 따라 붙었다. 그러나 선발 와타나베로부터 후지타, 스기우치로 이어진 일본의 특급 계투작전에 막혀 추가점을 얻지 못했다.
굳히기& 뒤집기
승부가 1점차 싸움으로 흐르자 오 사다하루 일본 감독은 8회 들어 지난해 4승3패 37세이브를 거둔 좌완 특급 마무리 이시이를 투입,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시이는 선두 이병규를 삼진으로 잡으며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한국은 그러나 이종범이 중전안타로 불씨를 살린 뒤 이승엽이 볼카운트 1-3에서 가운데 높은 직구(시속 147㎞)를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한양대 선후배 특급 계투
한양대 89학번 구대성과 92학번 박찬호는 각각 승리투수, 세이브투수가 됐다. 구대성은 한국이 1-2로 뒤진 7회 무사 1루에서 배영수를 구원등판, 2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다. 구대성은 직구 최고구속이 137㎞에 머물렀으나 볼을 최대한 감춰 나오는 투구 폼으로 일본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이승엽의 홈런포로 승부가 뒤집히자 9회 박찬호가 마운드에 올랐다. 3일 대만전에서 3이닝 무실점으로 프로 데뷔 후 첫 세이브를 거둔 박찬호는 역시 세 타자를 가볍게 범타로 처리했다. 특히 2사후 맞붙은 이치로(시애틀)를 3구 만에 유격수 플라이로 돌려세우며 한 점 차 승리를 지켰다.
본선 일정
아시아 1위로 본선에 오른 한국은 6일 오후(한국시간) 일본을 떠나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로 출발한다. 한국은 9일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 1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연습경기를 치르며 실전감각을 유지한다.
12일 휴식을 취한 뒤 13일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B조 1위와 8강 첫 경기를 갖는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속한 B조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미국의 1위가 확실시 된다.
한국은 16일 낮 12시 일본과 다시 격돌한다. 8강전은 AㆍB조 1ㆍ2위 팀이 풀 리그를 치른 뒤 상위 두 팀이 4강에 진출한다.
한편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이날 경기직후 '숙적' 일본을 상대로 '도쿄 대첩' 쾌거를 이룬 한국 선수단에 10억원 상당의 특별 보너스를 약속했다. .
도쿄=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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