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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FTA타고 몰려올 美 통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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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FTA타고 몰려올 美 통상법

입력
2006.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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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도된 하이닉스 반도체 직원에 대한 미 법원의 징역형 선고 예정 사실은 우리에게 상당한 충격을 준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된 주변 정황은 그 조사와 처벌의 합리성에 대하여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미 법무부가 반도체 업체에 대해 가격담합 조사를 개시한 것은 2002년이다. 이때는 미국 마이크론과 한국 업체들간 10여년에 걸친 반덤핑 분쟁에 이어 다시 상계관세 분쟁이 한창이던 시점이다.

당시 마이크론은 상계관세 조사의 목표가 한국 반도체 업체의 미국 시장에서의 퇴출임을 공언하는 등 양국 경쟁업체간 사생결단의 대결을 벌이던 상황으로 동일한 시점에서 이들이 상호 협조 하에 가격담합을 시도했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가격담합 문제가 발생했을까? 반도체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반도체 시장은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4개 기업이 세계 시장을 분할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내 반도체 도매업자는 정기적으로 이들 4개 기업으로부터 일정한 비율로 반도체를 구입한다. 이러한 도매업자의 가격중재 역할로 인해 반도체 시장에서는 오전에 발생한 생산업체간 가격 차이가 오후에는 동일한 수준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시장 상황이 어떠하든 소수의 생산업자가 구체적 가격담합을 시도했다면 미 독점금지법의 위반임은 명백하다. 그러나 당시 정황은 가격담합의 시도라기보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

더구나 미 정부가 동일한 시점의 동일한 기업의 영업행위에 대하여 상반되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미 상무부와 무역위원회는 지난 5년간 지속된 상계관세 분쟁을 통해 하이닉스가 한국 정부의 보조금 교부에 힘입어 ‘저가’의 상품을 미국 시장에 판매, 미국 경쟁업체에 피해를 야기했다는 결정을 내려왔다.

그런데 미 법무부는 하이닉스가 미국 경쟁업체와 협의 하에 반도체 가격을 ‘상승’시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결론 중 하나는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면 미 법무부의 이번 조사의 저변에는 미국 소비자 보호 이외에 미국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견제 의도도 아울러 깔려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반도체는 한국과 미국이 최근 5년간 6건의 분쟁에서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분야이다.

이렇게 민감한 분야에서 성격이 애매한 조사를 통해 강력한 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조사의 형식적 정당성 문제는 차치하고, 일종의 ‘보이지 않는’ 무역제한 조치라는 주장이 필연적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우리와 법 문화와 법리가 상이한 미국의 경우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통상적인 영업활동도 중대한 위법행위를 구성할 수도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현재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양국간 교역과 경제체제의 통합은 더욱 촉진될 것이다.

이 경우 독점금지법을 비롯한 미국법의 한국기업 및 담당자에의 적용 사례도 아울러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제반 미국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철저한 대비는 향후 한미 FTA의 경제적 과실을 최대한 향유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이다.

이재민ㆍ한양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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