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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저 달 좀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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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저 달 좀 보라고

입력
2006.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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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도 할 줄 모르지만 차가 없다 보니 이런 친구 저런 친구의 차를 얻어 탈 기회가 종종 있다. 차종도 갖가지고 운전행태도 여러 가지다. 섬세하고 얌전한 인상의 어른이 담대하게 차를 몰아 속으로 놀란 적이 있지만 대개는 평소 성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가까운 친구 중에 하나가 차를 몬 지 10년 돼 가는데 지금은 제법 믿음직스런 운전자지만, 초창기에는 자동차 운전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게 아닐까 종종 생각됐었다.

신기한 것이 옆자리 사람의 심정에 아랑곳없이 그가 처음부터 운전하기를 매우 즐겼다는 것이다. 교통법규도 신호도 헷갈려 당황하면서도 그의 운전은 한 마디로 유유자적 그 자체였다. 가령, 광화문 사거리를 달리다가 휘영청 달에 정신이 팔려, 저 달 좀 보라고 중얼거리면서 스르륵 차를 멈추는 식이다.

한번은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는데 경치를 감상하느라 어찌나 느리게 차를 몰았던지 추월하려던 뒤차가 제 성질을 못 이겨 길옆 논두렁에 처박힌 적도 있다. 이제 정상적으로 모는 그의 차 조수석에 앉았노라면 안심이 되는 한편, 그에게도 운전이 어딘가로 빠르게 가는 ‘일거리’가 됐나 싶기도 하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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