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가 개봉 67일만인 5일 ‘태극기 휘날리며’의 흥행 실적(1,174만명)을 뛰어넘어 역대 흥행 1위 자리(1,178만명)에 등극한다. 배급력이나 마케팅에 기대지 않고 작품 완성도만으로 이룩한 기념비적 기록이다.
한국영화 역사를 새롭게 고쳐 쓰는 ‘왕의 남자’는 국내 흥행 실적을 발판 삼아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해외 마케팅을 맡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는 일본 시장 직접 배급 및 영화제 출품 등 다양한 전략으로 ‘왕의 남자’의 ‘세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왕의 남자’가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는 것은 유명 영화제다. 이준익 감독은 현재 칸영화제 등을 겨냥한 해외판을 편집하고 있다. ‘왕의 남자’의 국내 마케팅을 담당한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는 “어느 영화제에 출품할 지 결정된 것은 없지만, 영화제 참가가 판로 개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올 김용옥 순천대 석좌교수가 영문 자막 작업에 참여한 것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우리 문화를 이러한 콘텐츠로 만든 것이 놀랍고 고맙다”며 번역을 자처했고, 현재 초고를 마친 상태다. 2002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을 번역했던 김 교수가 정한 ‘왕의 남자’ 해외판의 제목은 ‘Royal Jester’.
하지만 ‘왕의 남자’의 해외시장 개척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한국영화의 최대 수출 시장인 일본 진출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 필름마켓에서 일본 수입업체들이 ‘왕의 남자’에 많은 관심을 보였지만, 제시된 가격은 상당히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한류 스타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전제로 한 사극이라는 점도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가 직접 배급 방식으로 일본 시장을 뚫으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영화계 관계자들은 ‘왕의 남자’가 일단 해외에서 상영되면 외국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노종윤 노비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중국 영화 ‘패왕별희’처럼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요소가 적지 않다.
수준 높은 한국 관객들에게 검증 받은 작품이기에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곽신애 LJ필름 이사도 “특이한 소재에 보편성을 띄고 있는 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라며 “직접 배급도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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