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의 ‘3ㆍ1절 골프’가 정치권의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퇴를 요구하며 이를 지방선거의 호재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했고, 여당도 지방선거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자숙해야 한다”는 질타를 쏟아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장한 목소리로 “지금은 공직자와 정치인이 모두 자숙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이 직접 이 총리를 지목하진 않았고 우상호 대변인도 “한광원 의원의 ‘최연희 의원 성추행 비호성 글’에 대한 경고를 포함해 원론적인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 총리를 향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우리당 내에선 이 총리의 골프 파문이 지방선거의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팽배했다. 한 최고위원은 “그나마 당 지지도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어도 유분수지 이게 뭐냐”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표 깎아 먹으려고 작정한 모양”이라고 쏘아붙였다.
정책위 고위관계자는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불쑥불쑥 내놓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개인 취미로 당을 골탕먹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불만은 “총리를 너무 오래 했다”(한 중진의원), “세 살 먹은 애도 아니고 잊을 만하면 한번씩 사고 친다”(당직자)는 등의 감정섞인 비난으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여당이 이럴진대 한나라당은 말할 것도 없이 거친 공세를 펼쳤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철도파업으로 국민이 불편을 겪고 전국적으로 3ㆍ1절 기념행사가 벌어진 시점에 상공인과 어울려 골프를 쳤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총리는 사과하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법조브로커 윤상림씨와의 골프라운딩을 문제삼아 이 총리와 설전을 벌였던 홍준표 의원도 “브로커로부터 정치헌금이나 받고 골프나 치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 총리의 3ㆍ1절 골프를 지방선거와 연계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 총리의 대정부질문 답변 태도를 빌미삼아 해임건의안 제출까지 논의했지만 뚜렷한 명분을 찾지 못하던 차에 호기를 맞은 셈이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가 “총리가 여당 의원이라는 건 누구라도 지방선거의 공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한 것이나, 난데없이 천정배 법무장관의 사퇴까지 촉구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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