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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40대 남자의 생활혁명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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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40대 남자의 생활혁명 프로젝트'

입력
2006.03.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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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윌리엄 새들러 지음ㆍ김경숙 옮김 / 사이 발행ㆍ1만2,000원

▲ 40대 남자의 생활혁명 프로젝트

이시형 지음 / 청아출판사 발행ㆍ1만원

‘위기의 중년’이라고 한다. 흔히 드라마나 영화가 즐겨 다루는 남녀의 애정문제를 떠 올릴지 모르겠으나, 이 시기를 갈등과 고비의 나날로 몰아가는 것은 실은 ‘정체성’의 문제다. 정체서에 대한 고민이 유독 이 시절에만 새로운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에 눈 뜨는 젊은 시절에는 누구든 자신의 미래와 정체성을 고민하기 마련이다. 부지런히 자신의 삶을 경영하는 30대에도 불쑥불쑥 이런 고민이 찾아 든다. 은퇴 이후 노년에도 나는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해 왔나, 나는 누구인가 하는 존재감의 문제로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40대부터 50대까지(고령화 사회이니 좀 더 폭을 넓힌다면 60대까지) 고민은 인생의 다른 어떤 시기보다도 특별하고, 중요하다. 거의 백지 상태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꿈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청년도 아니고, 인생을 하나 둘 정리해야 하는 황혼의 이삭줍기도 아닌, 이 시기의 고민은 실로 자신의 인생을 완성하는, 나아가 인생의 새 장을 여는 것과 직접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중년들이 답이 무엇인지는 고사하고, 어떻게 고민해야 할지 조차 모른다. 노후를 대비해서 어떻게 든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 잡혀 있다든가, 갑작스런 조기퇴직 등 타의로 새 인생을 설계해야 할 처지가 돼 우왕좌왕하는 모양이 그렇다. 자신의 인생을 빛나는 것으로, 자신을 위하면서도 가족과 이웃을, 나아가 타인 모두를 위한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방법을 넌지시 알려주는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은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새들러가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에서 임상실험을 통해 중년의 삶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마흔이 넘은 남녀 200여 명을 인터뷰한 후 그 중 50여 명을 12년간 꾸준히 추적하여, 인생의 최고 전성기를 마흔 이후에 맞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와 생활의 원칙을 6가지로 간추렸다.

마흔 이후 새로운 변화와 쇄신의 과정을 ‘2차 성장’이라 부르는 저자는 6가지 원칙의 첫 번째로 ‘중년의 정체성 확립하기’를 꼽았다. 그 동안 각박하게 살아오면서 무시해왔던 ‘내 안의 어린아이’를 일깨워, 즐거움, 흥분, 웃음, 장난기, 개방적인 마음, 호기심, 자발성과 쾌활함, 상상력,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시험, 독창성 같은 어린아이의 특성이 중년의 성공적인 적응에 꼭 필요하며, 이를 통해 젊음과 원숙함을 적절하게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일과 여가활동의 조화이다. 성인기의 정체성이란 대부분 사회적 지위나 직함과 연관된 것이어서, 대다수가 은퇴 후 ‘역할 없는 역할’로 전락한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힘들어 한다. 직함을 잃어서 왜소해지는 것도 아니며,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도 아닌 것을 깨닫기 위해 일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돈을 받고 하는 노동 말고도 다양한 활동을 일의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원봉사, 집안 일, 취미활동 및 야외활동, 무언가를 배우는 것 등이 모두 새로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일을 찾아서, 만들어서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인터뷰한 여러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그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법을 중년이 되어 알게 됐고, 그럼으로써 타인에 대한 배려도 더 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밖에 ▦용감한 현실주의와 낙관주의의 조화 ▦진지한 성찰과 과감한 실행의 조화 ▦개인의 자유와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의 조화를 새로운 성장을 위한 원칙으로 제시했다. 언뜻 듣기 좋은 소리나 하고 있는 듯 여길지 모르겠으나 인터뷰 내용이 풍부해 읽어갈수록 의미가 분명하다.

정신과 전문의로 잘 알려진 이시형 박사의 ‘40대 남자의 생활혁명 프로젝트’는 40대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웰빙’보다 ‘내츄럴빙’을 권하는 저자는 천천히 먹고, 적당히 움직이고, 여유를 가지고 즐겁게 사고하는 법을 몸에 익히라고 강조한다. 짤막짤막한 글 모음이지만, 저자 특유의 쉽고 명쾌한 설명이 읽기에 좋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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