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10시께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9층 대회의실. 20여개 부처 장ㆍ차관들이 참석한 국가인적자원개발 회의를 주재한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심의 안건에 간단히 언급했다. 회의 명칭 대로 모든 안건이 국가 고등인력 양성 관련 내용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니었다. 국가인적자원개발과는 100% 무관한 ‘방과 후 학교 추진계획’이 회의 안건으로 올라와 있었다.
교육부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보건복지부 등 일부 부처에서도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장ㆍ차관들이 모인 곳에서 방과 후 학교를 자연스럽게 네트워킹화 하는 방안을 토의하는 것도 괜찮다고 판단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 부총리도 인사말을 통해 “방과 후 학교는 지역사회 학습의 중심 센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양성 방안 등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국가인적자원개발 회의에 ‘자격’이 없는 교육부의 ‘방과 후 학교’가 메뉴로 등장한 것이다.
교육부가 변칙적으로 안건을 올리면서까지 방과후 학교 계획에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다. 사회 양극화의 중심에 있는 교육격차 해소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교육현장은 방과 후 학교 계획에 냉랭하다. 서울시내 한 중학교 교장은 “교과프로그램 운영은 허용한다면서 사설 기관의 문제풀이와 학습지 활용을 금지시키면 무슨 방법으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현장 실태와 목소리를 제대로 파악한 뒤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은 교육부가 지난 달 방과 후 학교 확대 입장을 밝힌 이후 줄곧 제기되고 있다. 시행하되 내실을 기해달라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정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교육부가 먼저 자문해야 할 때이다.
김진각 사회부 차장대우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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