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하이닉스 임직원에 대한 징역형 선고는 외국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가격담합(카르텔)을 단순히‘국내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는 냉정한 세계 시장 상황을 분명히 보여준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우리 정부는 이번 사태가 담합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눈높이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 담합제재가 사안에 따라 해당 국가의 민족주의 발현이나 통상압박 카드로 활용될 수도 있지만, 소비자에게 엄청난 피해를 떠넘기는 담합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를 먼저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일단 한국 기업들이 전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담합 처벌 기준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경우 최근 5년간 담합과 관련해 약 40명 가량이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았고, 이중 25%가 외국인 이었다.
1997년 팩스용지 담합사건과 관련해 외국에 있는 외국인 임원에게 미국 내에서 징역을 살도록 선고한 이래 담합 관련 제재 수위는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미국에서 담합혐의로 징역을 살거나 살고있는 외국인은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멕시코, 노르웨이, 영국 등 10여 개 국민에 달한다.
미국은 2004년 담합에 대한 형량을 징역 3년에서 10년으로 크게 높였으며, 이러한 추세에서 알 수 있듯 징역형 선고 일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평균선고 일수가 2000년에는 10개월이었던 것이, 2001년 15개월, 2003년 21개월, 2005년 24개월로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은 또 법인에 대한 벌금 상한을 1,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로 높이고, 개인 벌금상한도 35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로 높였다.
이런 추세는 비단 미국 뿐만은 아니다. 뉴질랜드와 일본도 과징금 액수를 대폭 상향 조정했으며, 한국도 지난해 4월 담합에 대한 과징금 부과율을 관련 매출액 대비 5%에서 10%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해 공정위 내부에 카르텔 조사단이 별도로 만들어진 후 담합 제재 건수가 31% 증가했으며, 과징금도 9배 증가했다.
특히 기업활동의 국가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국제적인 거대 담합행위가 등장하고 있는데 대해, 각국 제재 당국의 연대 움직임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이 지난 달 14일 자국 내 항공사들의 화물운임 국제담합 혐의에 대해 같은 날 동시에 현장 조사를 벌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철수 공정위 카르텔조사단장은 “국내외적으로 몇 년간 담합에 대해 강한 제재가 있어왔기 때문에, 조사에 협조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등 기업들의 태도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밀가루가격 담합사건과 관련해서도 8개 참여업체 중 조사에 협조한 2개 업체를 제외하고 6개 업체만 형사 고발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혐의가 중해 기소가 되더라도, 담합에 대한 법원의 형사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약하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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