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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Y2K, 인도,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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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Y2K, 인도, 개방

입력
2006.03.0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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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광복절에 해당하는 인도의 독립기념일은 8월15일로 날짜까지 같다. 하지만 이 날은 영국으로부터 정치적 독립을 이룬 날이고, 경제적 독립기념일은 Y2K라고 주장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Y2K는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해 발생할 재앙을 막기 위해 20세기말 전세계가 모든 컴퓨터 프로그램을 교정하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인 사건을 뜻한다.

미국 기업들은 이 골치덩어리 작업을 ‘싸고 짧은 시간’에 해치울 방법을 고심하다가 문득 인도를 ‘발견’했다. 영어가 자유롭게 통하고, 커피값 수준의 인건비로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이 무제한으로 공급되는 신천지에 눈을 뜬 것이다.

▦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뱅갈로르에 자리한 ‘헬스스크리브인디아’라는 회사는 미국 의사들이 환자를 보며 구술하는 처방을 위성통신으로 받아 두 시간내 문서로 만들어 다시 보내는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과거에는 며칠, 몇 주가 걸리던 서류가 다음날 아침이면 의사 책상에 놓이게 된 것이다. 왜 인도에 수많은 미국 기업들의 콜센터가 있고, 글로벌 아웃소싱의 천국으로 각광 받는지에 대한 답변이 될 만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정보기술(IT)산업이라는 날개를 달고 경제대국을 향해 비상하는 인도의 눈부신 발전상이 새삼 조명을 받는다.

▦ 연 7%를 넘는 고도성장의 비결을 인도의 잠재력에 불을 붙인 IT붐이나 세계화에만 돌린다면 불충분한 분석이다. 독립 이후 거의 반세기동안 유지된 완고한 사회주의 폐쇄정책이 1991년부터 시장경제와 개방으로 선회한 것이 더 결정적이었다. 당시 재무장관으로 인도 경제의 총체적 재설계를 주도한 인물이 경제학자 출신인 만모한 싱 현 총리이다.

그가 경제를 개방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외국기업을 적극 유치하지 않았다면 인도는 Y2K와 이어 닥친 IT붐의 지구촌 최대수혜자가 될 수 없었다. 그가 인도의 덩샤오핑으로 비유되는 까닭이다.

▦ 시장경제와 대외개방이 경제를 살찌우는 보약이라는 경제원론의 산 증거를 보여주는 인도의 성공담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대형 개방 이슈를 앞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물론 동시에 이공계 고급두뇌가 풍부하고 우수한 기술력으로 무장한 혁신적 기업가들이 많았기에 개방의 역풍보다 순풍을 탈 수 있었다는 사실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또 다른 시사점이다. 무조건적인 개방이 아니라 준비된 개방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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