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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양극화 심화시키는 비정규직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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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양극화 심화시키는 비정규직 법안

입력
2006.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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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를 국정의 주요과제로 제기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기간제근로자보호법 제정안, 파견근로자보호법 개정안 등 비정규직 법안들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법안은 노동계의 극심한 반발을 사 2일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4월 임시국회로 처리가 넘겨졌다.

●해고-재고용 뻔한 기간제 제한

양극화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의 확대와 차별 심화로 자본과 노동 간의 양극화가 심화한 것이다. 그런데도 비정규직 법안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더욱 늘어나도록 하는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보호는 유명무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

기간제 법안은 ‘기간제 사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사업주들은 2년이 경과하지 않고 해고하여 다시 재고용할 것이고 결국 기간제 노동이 만연하게 될 것이다. 기간제 제한이 아니라 기간제 교체를 제도화한 꼴이다.

이것은 경총이 지난해 말에 회원사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간 도래 후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느냐” 라는 질문에 약 90%의 기업이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답한 데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파견법안은 파견 허용대상을 노동부가 주관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업무’로 규정하여 파견허용 범위를 대폭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시행령에서 허용대상 업무를 26개 업무로 규정하고 그 이외에는 불허하여 파견을 제한하고 있었는데 개정법안은 이것을 무력화한 것이다.

또 파견법안은 ‘합법파견이든, 불법파견이든 가리지 않고 2년의 기간이 초과한 경우 고용의무를 지고 불이행시 과태료(3,000만원 이내)를 부과한다’고 한다. 그러나 불법파견 판정을 받을 경우 해고해버릴 가능성이 크다. 과태료가 소액으로 솜방망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차별시정에서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확립한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 즉 합리적인 차별을 허용하고, 차별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고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해서만 과태료를 부과하는 허약한 내용이다.

재계와 한나라당은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고 양극화가 완화,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개정 법안조차도 충분하지 못하다고 억지를 부린다. 정부여당도 기본적으로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기본적 문제가 있다. 다 죽어가는 사람을 더 어렵게 해서 장래에 더 잘 살 수 있도록 해준다는 허망한 논리인 것이다.

1929년 대공황 당시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이 실업의 원인은 기업이 고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나치게 높은 임금이라고 하면서 기다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케인즈는 “장기적으로는 우리는 모두 죽는다”고 했다. 유효수요가 부족해서 시설이 놀고 있기 때문에 임금이 내려가도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동안에 대부분의 노동자는 굶어 죽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대응책으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이자율 인하에 의한 투자 촉진을 주장했다.

●고용불안·차별처우부터 없애야

출산율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다수의 노동자가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음을 말해준다. 그 핵심적 이유는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차별 처우이다.

정부여당은 양극화를 심화하고 출산율 저하를 부추길 개정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 대신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여 기간제 사용 허용대상 업무를 엄격히 제한하고, 불법파견을 행한 시점부터 사업주의 종업원이 된 것으로 간주하는 ‘고용 의제’ 조치를 취하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구체화하는 등 실질적으로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이다.

장상환 진보정치연구소장ㆍ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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