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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상한 한나라 男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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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상한 한나라 男의원들

입력
2006.03.0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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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은 요즘 최연희 의원의 성 추행 사건으로 엉뚱한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일부 남성 의원들의 따가운 눈총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한 진수희 의원. 한 남성 의원이 며칠 전 그에게 “사퇴 요구가 당 전체 의견인 것처럼 보이면 안 되니, 원내부대표 직을 떼고 하라”고 경고했다. 진 의원은 2일“잠시 고민했지만 당직을 내놓는 한이 있어도 할 말은 하겠다”고 말했다.

당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순자 의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의원이 “여성 의원들이 너무 나가는 것 같아”라며 불쾌함을 표시했다는 것. “너무 심하게 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의원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 의원은 “사석에서 남성 의원들이 ‘최 의원은 원래 성품이 좋은 분인데, 당이 너무 심하게 한다’면서 일제히 내 얼굴을 쳐다보더라”며 씁쓸해 했다.

이렇다 보니 여성 의원들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당 지도부가 지난달 28일 “최 의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라”고 여성 의원들에게 제안했지만, 고민 끝에 하지 않기로 했다. 같은 날 여성 의원들이 당의 강경 조치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낼 것인지도 논의했으나 “내지 말자”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여성 의원들에게 눈치를 주는 일부 남성 의원들에게 두 가지만 묻고 싶다. 첫째, 당이 ‘상습 술자리 추태당’으로 낙인찍힌 마당에 남자, 여자를 편 가르기나 할 여유가 있는지. 둘째, 이번 성 추행 사건을 여성들만의 문제로 여기는 것인지 정말 알고 싶다. 시대가 변했는데 “여자들, 조심해”라는 압박이나 한다면 한나라당은 만년 야당이나 해야 할 것이다.

최문선 정치부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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