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실 운동실 산후조리실 전용엘리베이터. 경남 함양군 함양읍 지리산 자락 있는 돼지농장 ‘천령포크’ 축사에 들어선 초현대식 시설들이다.
지난 해 5,000여 평 부지에 건평 1,200평의 3층 규모로 세워진 ‘돼지들의 천국’엔 현재 5,000여 마리의 돼지들이 입주해 있다. 1층에서는 갓 젖을 뗀 25㎏ 남짓한 새끼돼지 3,000여 마리가 8개의 큰 방에서 이유식을 먹고 자라고 있다.
2층은 임신한 암퇘지를 위한 공간이다. 분만실과 운동실, 산후 조리실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산부인과 병원을 연상시킨다. 맨 위층인 3층에는 먹성 좋고 힘이 센 종돈 600여 마리가 암퇘지와의 ‘합방’을 기다리며 10여 개 방에서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실내는 자동 온ㆍ습도 조절기와 환기시설을 갖춰 사계절 최적의 환경이 유지된다.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하는 돼지를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돼 있다. 축사 방향도 서남향으로 지어 햇볕이 잘 들어오고 산골짜기의 신선한 공기가 공급되고 있다.
사료도 파이프 라인을 통해 자동으로 공급된다. 가장 골칫거리인 분뇨 처리도 아파트 정화조 시스템을 도입, 말끔히 해결했다. 매일 소독과 청소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돈사를 출입하려면 방역복에다 소독한 모자, 신발, 장갑을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쾌적한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돼지의 번식도 나아지고 육질도 좋아졌다. 여름철에 급격하게 출산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자연스레 해소돼 생산성이 30% 이상 증가했다.
병치레가 없다 보니 항생제 주사를 맞지 않아 역겨운 돼지 냄새도 사라졌다. 농장측은 한달 평균 1,000여 마리가 외부에 팔리는 데 매출액이 1억여원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돼지아파트를 세운 노정만(46)씨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축산학을 전공한 전문가. ‘다층돈사구조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중인 노씨는 “처음에는 투자비가 막대해 망설였지만 자리를 잡으면서 양질의 돈육을 저렴하게 사육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함양=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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