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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웅 감독 "초저예산 SF가 내 길, 계속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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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웅 감독 "초저예산 SF가 내 길, 계속 갑니다"

입력
2006.03.0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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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웅(38) 감독은 참 대단하다. 지난달 27일 막 내린 제17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1억5,000만원짜리 영화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아서가 아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자그마한 잔치인데다 3년 연속 한국영화가 그랑프리(올해는 ‘혈의 누’)를 차지한 마당이니. 더구나 국제영화제 수상이라면 이미 우리 감독들이 칸, 베니스, 베를린을 휩쓸고 지나가지 않았던가.

‘지금, 여기’ 의 남기웅이 그냥 대단할 뿐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그는 초저예산 디지털상업영화 감독이다. 초저예산이란 이 분야의 대표 격인 김기덕 감독보다 더 적게 쓰는, 그러니 당연히 100% 디지털로 찍을 수밖에 없지만, 엄연한 장편상업영화 감독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돈과 기술이 완성도를 좌우한다는 SF물, 그것도 달콤한 정통 판타지도, SF도 아닌 현실 고발적 공포물을 고집한다. 2000년 단돈 800만원으로 만들어 남기웅이란 이름을 세상에 알린 긴 제목의 첫 장편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가 그렇고, 그 덕분에 돈 좀 들인(4억원) ‘우렁각시’, 이 영화가 망해 3년 동안 아무도 영화 찍자는 말이 없다가 지난해 겨우 기회를 얻은 ‘삼거리 무스탕…’까지. “평범하면 재미가 없다. SF적인 인물이 현실에 개입함으로써 이야기가 변형되고, 현실적 인물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그것이 결국 사회와 인간에 대한 비판을 깊이있게 만든다.”

복수극 ‘삼거리 무스탕…’에서도 여자 주인공은 다시 태어난 사이보그 창녀이고 남자 역시 ‘대학로에서…’처럼 국부에 총을 장착하는 기묘한 인간으로 개조된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지만 안된다. 그래서 더 불안해 하고, 비극을 맞는다. 몸 따로 마음 따로.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 이게 인간인가. 좀더 많은 사람들이 내 영화를 보고 온전하게 살려는 마음을 한번쯤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소망이 이뤄지기에는 독특하고 기묘한 그의 초저예산 SF영화, 나아가 저예산 독립영화의 현실은 너무나 초라하다. ‘한국영화 한편 관객 1,000만 시대’에도 불구하고 소비의 양극화는 6년 전 겨우 극장 한 곳에서 개봉해 관객 2,000명을 기록한 ‘대학로에서…’처럼 ‘삼거리…’ 로 하여금 극장을 잡지 못해 애를 태우게 만들 것이다.

고교(안동 경일고) 졸업 후, 대학로를 기웃거리다 93년 충무로로 뛰어들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른다”는, 그동안 영화로 받은 돈이라고는 ‘우렁각시’ 로 1500만원, ‘삼거리…’로 600만원이 전부였고, 결혼 10년째인 올해 초 결국 쥐꼬리만한 전세금까지 다 까먹고 처가로 들어갔다는 남 감독.

그래도 계속 가겠단다. “몸과 마음이 가니까. 그리고 내 색깔을 지켜갈 징검다리인 위성DMB영화와 상업기획영화 ‘쇼핑의 여왕’ 연출 기회도 잡았으니까.”

유바리영화제에서 그도 다른 한국 참가 감독들과 함께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시위를 했다. 누구의 시조 한 구절처럼 ‘구름 낀 볕뉘도 쬔 적이 없는’ 그가 아닌가. “크게 보면 필요하다. 더불어 한국영화 안에서 저예산영화를 보호하는 장치도 시급하다.”

이대현 대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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