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계단 올라오는 기척이 있더니 콩콩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미스 황! 미스 황!” 부른다. 집주인 아주머니다. 미스 황은 바로 나다. 이 세상에서 나를 미스 황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둘 있으니 십오륙 년 전에 글짓기를 좀 공부하시겠다고 해서 만난 화가 선생님, 그리고 지금의 집주인 아주머니다.
‘미스’란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처자에 붙여 부르는 호칭이다. 직장에서 상사가 부하 여성을 부를 때나, 남자가 아직 친해지지 않은 여자를 부를 때나, 유흥업소에서 손님이 여종업원을 부를 때 두루 쓰였는데 요즘은 좀처럼 들을 수 없는, ‘그 때 그 시절’의 말이지 싶다.
‘미스’라 불린 여성들은 사회의 초급반에 속하는 사람들로서, 이제 엄연히 어른 사회의 소속임을 뜻했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것이 버젓하기도 했겠지만 더불어 그 여린 등덜미에 지어지는 삶의 무게를 설핏 느꼈을 것이다.
직장사회에 속한 적이 없어서인지 그 화가 선생님한테 미스 황이라 불리는 맛이 각별했었다. 그런데 이 지긋한 나이가 돼서도 미스 황이란 호칭을 듣자니 좀 민망하다. 우리 아주머니에게 나는 영원한 미스 황이리라.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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