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위해 장관들을 징발하는 개각을 강행했다. 교체된 장관들 중 오영교 행정자치, 진대제 정보통신,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선거용으로 차출된다고 한다.
후임 발표는 보류됐지만 이재용 환경 장관도 마찬가지니 모두 4명이다. 이들이 맡은 국무를 완수했으므로 내보내는 것인지, 왜 선거개각을 해야 하는지 이렇다 할 설명은 없다. 장관 자리가 고작 출마자의 경력 관리용이냐, 국정이 한 개인의 선거 훈련 과정에 불과한 것이냐 등의 논란을 눙치고 넘기는 뻔뻔스러움이 놀랍다.
특히 이 환경, 오 해수부 장관은 이미 지난 총선이나 보궐선거에서 낙선했던 이력이 있는데도 오히려 이를 높이 산 노 대통령에 의해 장관직을 얻었던 사람들이다.
낙선의 대가로 고위 공직에 기용된 사람들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여당의 불모지라는 영남지역 선거에 나가서 지고 돌아오면 이를 정권을 위한 공로로 인정해 주는 소위 ‘보은용’ 인사였다. 그리고는 이번엔 장관직을 달아주고 내보내며 빈 자리에 땜질개각을 한 것이다. 두 사람으로 말하면 유권자들이 구매를 거부한 물건을 포장을 바꿔 다시 강권하는 일과 다를 바 없다.
인사가 아무리 정권의 전유물이라 해도 공적 원칙과 타당성은 지켜야 한다. 다른 장관들도 그렇다. 선거에 나가야 하거나, 나가도 될 만큼 행정자치나 정보통신 분야 국정이 제 자리를 잡은 것인가, 아니면 이젠 그런 일쯤은 하찮아진 것인가, 원래 하찮았던 것인가. 선거 때마다 내각이 휘둘리고 국무위원들이 선거 분위기에 오락가락해서는 국정이 불안해진다. 그러니 야당이 정부의 선거 중립을 의심하는 것도 무리라고 할 수만은 없다.
내각은 움직여서는 안 되는 내각의 본분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 장관들이 한 묶음이 돼 선거에 몰두하는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얼마 전 “선거란 부분적으로 국민을 속이는 게임”이라고 했었다. 이번 개각이 바로 국민을 우습게 아는 얕은 속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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