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가 파업 노조원들의 대량 직위해제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냄으로써 이번 철도 파업 사태는 새 국면에 접어 들었다.
산개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철도 노조원들이 동요, 업무 복귀로 이어지면서 파업이 그리 오래지 않아 끝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반면 공사측의 거칠게 몰아붙이기가 반발을 불러 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사측이 파업 노조원들에게 강경 대응을 한 것은 파업을 반대하는 국민 여론의 압박이 거셌기 때문이다. “시민을 볼모로 한 불법 파업을 계속 방치할 경우 공사도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철 사장은 2일 밤에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번 파업에 강경 대응함으로써 불법 파업을 근절하고 정당한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선례를 남기고자 했다”며 “앞으로는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과거처럼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고 밝혔다.
노조가 농성을 풀고 산개투쟁에 들어간 것도 공사측이 강경 대응에 나서게 된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조는 2일 오전 서울 부산 대구 순천 영주 등 전국 5곳에서 벌여 오던 농성을 중단하고 산개투쟁으로 전환했다. 정부의 공권력 투입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었다.
산개투쟁은 공권력 투입에 따른 타격을 피하려고 이뤄진 것이나 한꺼번에 농성을 하는 형태에 비해서는 응집력이 떨어진다.
산개투쟁의 이런 약점을 파고든 공사는 조직력이 약해져 파업의 동력이 떨어진 노조원들을 직위해제라는 카드로 더욱 압박해 백기를 들게 해 업무에 복귀시킨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사장은 “추세를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상당히 많은 노조원이 (이번 발표 후에) 조속히 (업무에) 복귀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사측의 이 같은 강경 기류에 노조는 당황하면서도 “사태만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반응이다. 철도노조의 조상수 대변인은 “공사의 강경 대응은 파업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이라도 사측은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공사의 압박 전술에 산개투쟁을 더욱 강력하게 전개해, 파업 대오가 절대 흐트러지지 않게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 사장의 기자회견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한편 산개투쟁을 하고 있는 노조원들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통해 “절대 흔들림 없이 투쟁에 나서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는 2003년 파업 때에도 정부의 공권력 투입에 맞서 산개투쟁을 전개한 적이 있다. 처음엔 지도부의 원격 지침에 조합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톡톡히 효과를 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파업에 참가한 8,000여명의 조합원 중 50% 이상이 대열에서 빠져나가 조합원 투표를 통해 나흘 만에 파업을 철회하고 말았다.
그러나 공사의 기대처럼 노조원들의 업무 복귀율은 그리 높지 않다. 이날 밤 10시까지 복귀율은 21.4%로 1일의 12.5%에 비해서는 많이 늘었다.
문제는 파업을 철회할 정도가 되려면 50% 가까이 돼야 하는데 여기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이다. 운행 정상화가 가능한 70%에는 더더욱 모자란다. 결국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산개투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의 파업도 상당 시간이 흘러야 해소될 전망이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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