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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나는 입학식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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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나는 입학식 '옛말'

입력
2006.03.0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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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이 확 달라졌다. 줄 맞춰 서 있는 신입생을 앞에 놓고 축사와 치사가 끝없이 이어지는, 틀에 박힌 모습은 과거 속으로 사라졌다.

변화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예외가 없다. ‘바꿔야 산다’는 시대 흐름에 옥죄인 듯한 느낌 보다는 첫 발자국에 딱 어울리는 풍경들이어서 신입생들과 학부모 모두의 얼굴이 활짝 폈다.

대학 입학식은 엄숙을 저만치 던져 버렸다. 2일 올해 문을 연 충남 논산의 한국폴리텍 바이오대학 입학식. 김제영 학장을 포함한 교수 13명이 신입생 150명에게 흰색 실험복을 일일이 입혀주며 첫 제자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사제간의 틈을 좁히자는 뜻이다. 대전 배재대의 입학식 코드는 국제화였다. 재학생들이 단상에 올라 영어 독어 불어 중국어 스페인어 일어 러시아어 등 무려 7개 언어로 환영 인사를 해 신입생들의 존경심이 담긴 박수를 받았다.

덕성여대는 신입생들에게 타임캡슐을 선물했다. 청운의 꿈을 여기에 담아뒀다가 졸업할 때 열어볼 수 있도록 했다. 한성대 입학식에서는 신입생들에게 ‘학습노트’를 나눠줬다.

학과장들은 노트 첫장에 용기와 격려의 메시지를 적어 넣었다. 입학식을 시작할 때는 총장 및 학과장들이 오리엔테이션 때 뽑은 학생 대표와 손을 잡고 식장에 입학했다.

한국외대 사범대 교수들은 신입생들을 교수식당으로 불러 자신들이 직접 만든 주먹밥을 대접했다.

서울대에서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신입생들에게 축사를 했다. 서울대는 지난해 사사키 다케시 당시 일본 도쿄대 총장에 이어 이날 2번째로 외부 인사에게 축사를 맡겼다.

초등학교 입학식은 이제 더 이상 지루한 행사가 아니다. 알아 듣기도 힘든 교장선생님의 축사에 몸을 배배 꼬지 않아도 되고, 다리가 아파 칭얼댈 까닭도 없다.

언니 오빠들이 선물도 주고, 업어도 준다. 입학 첫 날에 ‘학교는 재미없고 따분한 곳’이라 여겼던 아빠 엄마들이 은근히 샘이 날 지경이다.

3일 열리는 부산 남구 용문초등학교 입학식에서는 6학년 큰 누나, 큰 형들이 큼지막한 막대사탕을 은박지로 싼 뒤 사랑의 편지와 함께 새내기들에게 선물한다. 해운대구 센텀초등학교 새내기들은 왕자와 공주가 된다. 담임 선생님이 손수 만든 왕관을 씌워주기로 돼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초등학교에서는 2일 새내기들이 강당에 들어서자 축하 폭죽이 터졌고, 6학년 언니 오빠들이 목걸이와 사탕 등 예쁜 선물을 안겨줬다.

금천구 금산초등학교는 운동장에 꽃밭길을 만들어 새내기를 맞았고, 중구 동산초등학교도 신입생들에게 입학을 축하하는 편지를 나눠줬다.

강원 춘천시 사북면 지촌초교에는 2일 16명의 새내기가 입학했다. 재학생들이 연주하는 개선 행진곡에 맞춰 학부모와 자녀가 손을 잡고 교실에 들어왔다. 축하케이크까지 잘랐다.

입학식 후에는 언니 누나들이 동생들을 등에 업고 운동장을 돌았다. 입학식날이 아니라 생일날 같았다. 이찬호 교장은 “학교는 즐거운 곳이란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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