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황우석 교수와 김선종 연구원 등 핵심 관계자 4명을 동시에 부른 이유를 “말 맞추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을 순차적으로 불러 조사할 경우 먼저 조사를 받고 나간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진술 취지를 얘기해 수사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검찰은 서울대 조사위원회 조사 및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에도 사건 관계자들끼리 대책회의를 갖거나 이메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말을 맞추려 한 정황을 잡고 황 교수팀과 미즈메디병원 양측에 수 차례 경고한 적이 있다.
수사의 효율성 차원에서도 일괄 소환이 유리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한 것 같다. 공범관계인 피의자들의 경우 각각 별도 공간에서 동시에 수사할 경우 피의자들로부터 보다 효과적으로 자백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에 협조하면 경감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이들에게 먼저 진실을 밝히도록 ‘당근’을 제시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막판까지 당사자들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릴 때에는 대질 신문을 통해 심리 변화 등을 살필 수도 있다. 검찰은 이들이 부인할 것에 대비해 이미 검찰 조사를 받은 서울대, 미즈메디병원 연구원들도 불렀다. 이인규 3차장검사는 “수사 여력만 있다면 한꺼번에 불러 조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순차적으로 부를 경우 대외적으로 오해나 선입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듯하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검찰은 비중이 큰 사람일수록 나중에 소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늦게 소환되는 사람일수록 더 혐의가 무겁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검찰은 “동시 소환에는 이 같은 염려도 감안됐다”며 선입관 없이 수사에 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검찰이 이들에 대한 소환을 여러 번 연기하면서 보강 수사를 거듭해 온 데 대해 일각에선 당초 그렸던 ‘큰 그림’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큰 윤곽이 흐트러지자 보다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검찰이 이들을 동시에 소환함으로써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건에 대한 결론을 이미 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림은 그려졌고 당사자들에게 확인하는 일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사실관계가 확정되면 사법처리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남게 된다. 하지만 검찰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아직까지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