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물론 재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비정규직 법안의 2월 임시국회 중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지난달 27일 법안이 환노위에서 통과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한나라당이 입장을 바꿔 법사위 및 본회의 통과에 반대하는 데다 우리당도 이를 핑계로 강제로 밀어붙일 의사가 없다고 발을 빼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밤 양당이 공동작전이라도 하듯 급작스레 환노위를 소집하고 반대하는 민주노동당을 저지하기위해 질서유지권까지 동원하는 등 과단성을 보이던 것과 사뭇 다르다.
우리당은 1일 “민노당에 이어 한나라당이 절차상 이유로 반대하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여의치 않으면 4월 임시국회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어느 당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겠느냐”는 자조 속에 4월 임시국회 처리도 물 건너갔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법사위 의사봉을 쥔 한나라당 소속인 안상수 법사위원장은 이날 “상임위 통과 후 5일이 경과되지 않는 등 심의 준비기간을 갖지 못해 이번 임시국회에는 처리할 수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2월 국회처리를 수 차례 공언해온 열린우리당도 슬며시 한발 뒤로 물러섰다. 한나라당이 법사위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의지만 있다면 김원기 국회의장에 요청해 곧바로 본회의에 직권상정을 할 수도 있다. 안 위원장이 내세운 ‘5일 경과규정’자체가 강제조항도 아니고 통상 시급한 법안은 직권상정하는 경우가 적지않았다. 그러나 우리당의 핵심당직자는 “직권상정까지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한나라당과 공동 처리를 노력해 보고 난 뒤 고민해볼 부분”이라고 한 자락을 깔았다. 단독처리시도에 따른 후유증을 혼자 떠안기 싫은 것이다.
양당의 돌연한 자세변화에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양당 공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노당과 몸싸움을 벌이는 볼썽 사나운 모습까지 보여가며 무리수를 두기를 꺼린다고 할 수 있다. 우리당은 특히 춘투와 맞물려 노동계의 반발이 증폭될 경우 심각한 국정불안을 야기할 수 있고 지방선거에도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재계의 물밑 로비도 만만찮다. 환노위 심의과정에서부터 “법안을 고치지 않는 게 더 낫다“며 반대해온 재계의 반발은 노동계 이상이다. 여당도 여당이지만 기업규제 완화를 주창해온 한나라당도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갑작스레 우리당을 도와 환노위에서 법안을 통과시켜준 것 자체가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을 물타기 하는 차원에서 나온 일회용이란 얘기도 나온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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