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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3·1절 발언 시원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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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3·1절 발언 시원하긴 하지만

입력
2006.03.0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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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3ㆍ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 정부,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지난 1년 동안의 대일 강경 기조를 거듭 확인하고, 그 도덕적 정당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양국 관계의 경색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분명한 경고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대일 발언’은 원칙론으로서는 아무런 흠이 없다. 87년 전 일제 식민지 지배에 항거한 독립만세 운동을 기념하는 날, 과거사 및 그와 관련된 현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또한 “우리는 사과가 아니라, 사과에 합당한 실천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정확하다. 모처럼의 기회에 국민의 역사감정을 자극하는 외부 요인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은 국민적 일체감을 북돋우는 데도 도움이 될 만하다.

우리는 대통령 발언의 핵심을 일본 정부가 새겨 듣기를 촉구한다. 지난 1년 동안 양국 관계를 경색되게 만든 주범인 야스쿠니 신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우선 고이즈미 총리의 결단이 필요하다.

일본 정부가 외면하는 듯한 자세를 보인 것만으로 지방 정부 차원의 주장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독도문제만 보더라도 양국의 현안에는 많은 허상이 개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을 제거하는 일이야말로 가해자의 의무이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과거 여러 차례 행해진 ‘사죄와 반성’의 연장선에서 벗어난 언행을 하지 않기만 하면 그만이다.

한편으로 우리는 외교 문법에 어긋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려한다. 고이즈미 총리의 해명을 직접 언급해 반박한 것은 도가 지나쳤다. 야스쿠니 문제는 일본 국내에서도 이미 고이즈미 총리의 개인적 자존심 차원의 문제로 돼 가고 있다.

반대 여론이 커지고, 미국의 눈길도 곱지 않다. 따라서 문제의 장기화가 아닌 해결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상대를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 체면을 살릴 틈을 열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그것이 건전한 외교 상식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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