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인 한국인 장권옥(39)씨는 1일 “미국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계가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한인이 미 주류 사회에 떳떳이 진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2년 전부터 코치를 맡고 있는 장씨는 이날 워싱턴 인근 ‘기쁜 소리’방송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내 지도를 받은 선수가 거머쥔 금메달 수가 금 2, 은 1, 동 2개 등 모두 5개”라고 밝혔다. 당연히 한국계가 부상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묻어 났다.
장씨는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이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한 뒤 그 이유를 “팀 플레이를 하지 않고 한국 선수들 사이에서도 페어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메달에 집착한 나머지 경기 때 상대 선수들을 견제할 목적으로 한 팀 내에서도 일부 선수가 희생하는 역할을 맡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의 쇼트트랙 여건을 비교하면서 그는 “한국에서는 선수들이 하루 7~8시간 이상의 훈련을 감당해 내지만 미국에서는 하루 3시간 이상 훈련을 시키면 선수들이 모두 떠나 버릴 것”이라면서 “그 공백을 미국에서는 스포츠 과학으로 메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팀에서 그의 제자 리스트에는 쇼트트랙 500㎙ 금메달리스트인 아폴로 안톤 오노를 비롯, 흑인 선수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 1ㆍ동 1개를 따낸 샤니 데이비스도 포함돼 있다. 종목은 달랐지만 장씨는 데이비스를 특별 지도했다.
장씨는 이날 ‘할리우드 액션’과 그에 따른 석연찮은 판정으로 한국 국민들의 반감을 샀던 오노에 대해 스승으로서 감싸주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는 “오노를 그저 선수로만 봐 주고 잘하면 박수도 쳐 달라”고 당부했다.
장씨는 오노가 사실은 한국 음식과 문화를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일본계인 오노는 어려서 아시아계 친구들과 줄곧 어울렸는데 그 중에는 한국인 친구들도 많았다고 한다. 장씨는 “HOT의 노래를 가사는 물론 춤까지 따라 해 놀랐다”며 “전과 김치 등이 들어가는 잡탕찌개를 아주 좋아해 직접 재료를 사다가 끓여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1990년까지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를 지냈던 장씨는 한국 주니어팀 및 상비군 코치, 호주에서의 지도자 생활을 거쳐 2001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지역사회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 2003년 미 대표팀 코치 제안을 수락, 오노 등에 대한 조련을 시작했다. 그는 5월 미 대표팀과의 계약기간을 4년 더 연장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워싱턴=글ㆍ사진 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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