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궤멸된 것으로 알려졌던 전 탈레반 정권 무장조직이 급속히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1일 "미국이 2001년 탈레반을 완전 소탕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이후로도 탈레반과의 싸움은 심화했고, 지난해 전쟁 이후 가장 많은 100명 이상의 미군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잔당이 어느 정도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아프간 동남부와 서부 일부지역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이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체포하려고 전력을 기울여온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물론 행방이 묘연해진 탈레반 지도자 물라 오마르까지도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머물면서 성전(聖戰)을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 알 자와히리는 최근 아랍권 위성채널을 통해 방영된 녹음 테이프에서 "탈레반은 지금도 아프간에서 미군과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아프간 정권과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파키스탄 정부 등과 손을 잡고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는데도 탈레반이 건재한 것은 무엇보다 지형이 험준하기로 유명한 1,000㎞이상의 국경지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아프간의 하미드 카르자이 정권이 군벌과 지방 경찰의 각종 폭력과 무차별적인 인신구속을 막아주지 못하면서 탈레반이 현지 주민들의 민심을 확보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정권은 겉으론 미국을 지원하는 것처럼 모양새를 갖추고 있으나 배후에서 탈레반을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BBC는 "아프간 국민들은 안전과 종교 자유를 위해 탈레반 정권이 다시 집권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 전사로 가입할 경우 한 달에 150달러 정도씩 현금을 주는 것도 일자리가 거의 없는 아프간 사람들에겐 큰 매력이다.
이 같은 탈레반 자금은 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아편 판매에서 마련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끊임없는 공격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이 완전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프간에서 제2의 이라크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현재 아프간에 1만9,000여명의 병력을 파견해 주로 파키스탄과 국경을 이루는 동부와 남부 산악지역에서 탈레반, 알 카에다 소탕 작전에 주력하고 있으며, 올해 중 1만6,000명 수준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36개국 병력으로 구성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도의 연합군은 1만2,000여명으로 수도 카불을 비롯한 아프간 북서부 지역 치안 업무를 맡고 있다. 줄어드는 미군의 역할을 떠맡기 위해 나토군은 올해 3,000여명을 증강할 예정이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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