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에 지면 나부터 머리 깎겠다.”
지난해 여름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컵을 안고도 챔피언결정전서 내리 3패한 우리은행의 황영기 행장이 폭탄 발언을 던졌다. 그러자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그러면 어떻게 우리가 이길 수가 있나. 그냥 열심히만 뛰라”고 배짱을 퉁겼다.
3일부터 5전3선승제로 열리는 챔피언결정전을 앞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험악하다 못해 살벌하다. 신한은행은 올시즌 첫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뒤 캐칭이 합류한 우리은행에 3번 내리 패했다. 하지만 마지막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 우리은행의 2연속 겨울리그 통합우승이냐, 신한은행의 2연패냐.
▲은행 대전=본격적으로 사이가 틀어진 것은 지난해 겨울리그부터. 신한은행의 전신인 현대에서 우리은행으로 트레이드된 김영옥은 “신한은행 만큼은 지지 않겠다”고 큰소리쳤고, 결국 그해 정규리그서 신한은행전 4전승을 거뒀다.
라이벌팀에 매번 크게 져 분에 겨웠던 신한은행의 서포터스는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컵이 달린 경기서 ‘워리은행 집안잔치는 너희 집에서’라는 자극적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워리은행’은 ‘우리’의 명칭논쟁 끝에 다른 은행원들이 의도적으로 폄하한 말이다.
지난 여름엔 황영기 행장이 “우리은행만 토종은행”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쳤다. 급기야 양팀 사령탑간의 신경전도 가세했다. 박명수 우리은행 감독은 “신한은행은 공격 패턴이 단조로워 상대하기 수월하다”고 자극했고, 이영주 신한은행 감독도 “용병 하나 잘 뽑은 것 밖에 더 있냐”고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우정 대결=최근 2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 MVP를 나눠 가졌던 김영옥과 전주원은 현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한 사이. 하지만 코트 안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양팀 리딩가드인 두 선수 모두 “여전히 좋은 사이다. 하지만 승부는 가려야 한다”고 필승을 벼른다.
▲넥타이 부대 응원열전=코트 뿐만이 아니라 장외 대결도 불꽃을 튀긴다. 양팀은 나란히 1차전부터 ‘넥타이 응원부대’ 200여명을 출동 시킨다. 황 행장은 1차전부터 체육관을 찾고, 신 행장은 역시 2차전부터 응원에 나선다.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3차전부터는 각각 500여명에 이르는 ‘대 응원부대’를 동원한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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