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휴가 중 하루는 서울역에 반납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가는 김대섭(22) 상병)
철도파업 첫날인 1일 전국의 열차 운행과 수도권 전철을 포함한 서울지하철 1ㆍ3ㆍ4호선 운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모처럼 휴일을 맞아 나들이를 가거나 가족 친지를 방문하려던 시민들은 예약했던 열차가 운행되지 않고 연ㆍ발착이 이어지자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역에서 만난 김 상병은 이날 낮 대구로 내려갈 기차편이 밤까지 모두 매진돼 좌석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난감한 표정이었다. 이날 열차 운행률이 한국고속철도(KTX) 34%, 일반여객 열차 16%로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오후 1시 현재 부산행 열차도 밤 시간대 표만 남아 대부분 행선지의 좌석은 일러야 3시간 이후에나 구할 수 있었다. 평소 길어도 1시간만 대합실에서 기다리면 구할 수 있던 좌석이었다. 간간이 나오는 환불 표를 사기 위해 매표소 주위를 왔다 갔다 하는 시민들의 모습에서는 초조함이 묻어났다. 초등학생 자녀 2명과 서울 언니 집을 찾았다가 부산으로 내려가려는 김진경(38)씨는 “저녁 좌석을 사고 오후 내내 이곳에서 기다릴 수도 없고 난감하다”며 “내일이 아이들 개학인데 제대로 등교 준비를 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역 대합실은 3~4시간 이후에 출발하는 기차라도 탈 요량으로 기다리는 손님들로 빈틈이 없었고 앉을 곳을 찾지 못한 승객들은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사전 예약을 한 승객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겨울방학을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서 보낸 뒤 짐을 싸들고 내려가는 정희종(26)씨는 “개강에 맞춰 내려가려고 인터넷으로 보름 전에 승차권을 예매해뒀다”며 “문자메시지 하나 없었는데 역에 온 뒤 ‘예약이 취소됐다’고 얘기하면 어떡하란 얘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예약 취소 승객들에게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며 “전화번호 확인이 되지 않은 승객들의 경우 취소 사실 통보가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3~4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 승객들은 고속버스 항공편 등 대체 교통수단을 찾아 나가느라 진땀을 뺐다. 대한한공 국내선 예약센터의 경우 폭주하는 전화로 한때 예약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이나 김포공항을 가기 위한 승객들의 불편도 만만치 않았다. 국철구간인 지하철 1호선의 서울역을 이용해야 했지만 배차 간격이 평소 4~5분보다 배 이상 긴 평균 12~13분(철도공사 주장)이 걸리고 때에 따라서는 25분 이상의 간격을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 구간 운행률은 39%에 그쳤다. 실외에 설치된 승강장에서 차가운 바람을 그대로 맞아야 했던 시민들은 매표소로 몰려가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 여대생은 “콩나물 시루 같은 열차를 타고 가느니 차라리 걷겠다”며 승강장 밖을 빠져 나가기도 했다.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서 승강장 안전 요원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박성문(59)씨는 “오늘은 그래도 공휴일이라 손님이 없어 다행이지만, 내일 출근길 상황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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